금융위 "핵심은 불완전판매"선긋기
사모펀드시장 위축될까 전전긍긍
대규모 손실을 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사태로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당국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여부"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꾸준히 완화하면서 결국 이번과 같은 대형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도마 위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사모펀드 활성화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2015년 통과된 이 개정안은 적격투자자 범위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를 등록제로 전환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금융권에서 지적이 나오는 부분은 '적격투자자 범위'다. 당국은 적격투자자 요건을 5억원 이상 투자하는 개인·법인에서 1억원 이상 투자자로 완화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자격조건 완화와 관련, "사모펀드 규율체계를 단순화해 투자자 성향에 맞는 다양한 상품 출시를 유도하고, 사모펀드 시장을 손실 감내능력이 충분한 투자자만 투자할 수 있도록 해 전문가 시장으로서 자율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1억원 이상 투자자로 적격투자자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공격 성향이 강한 사모 형식의 투자상품에 투자자가 대거 몰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 형식은 공모보다 비교적 완화된 규제와 감독을 받아 위험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적격투자자 범위까지 완화해 투자자를 몰리게 했다"면서 "사실상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DLF 피해 절반 이상 고령층
특히 문제가 된 상품들이 주로 고령층을 대상으로 판매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적격투자자 범위 완화와 관련한 문제제기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실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개인에 판매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DLF와 하나은행이 판매한 영국·미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 연계 DLF는 총 4422억원(잔액기준)이다. 우리은행(540명)과 하나은행(1503명)은 총 2043명의 개인고객에게 이 상품을 판매했는데 이 중 65세 이상 고령층 고객 총 768명(우리은행 156명·하나은행 612명)에게 2020억원이 판매됐다. 전체 금액의 절반 이상이 고령층에게 판매된 셈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불완전판매 여부라며 책임론에 말을 아끼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파생결합상품이)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에 투자할 기회를 투자자에게 준다는 양면성도 있다"면서 "이번 사태를 금감원이 충분히 점검해서 개선책을 마련하겠지만, 사모펀드 시장이 절대 위축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판매 과정이나 설계 과정에서 생기는 개별적인 문제일 뿐"이라며 사모펀드 시장 규제완화가 본질적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조사 중인 윤석헌 금감원장은 "사모펀드라고 해서 규제가 전혀 없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면서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존재하는 부분에 대해 짚어봐야 한다"고 했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