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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강사보호법인가, 강사해고법인가

올해 1학기 전국 대학의 시간강사가 지난해 1학기에 비해 1만명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29일 발표한 '2019년 1학기 대학 강사 고용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보다 1만1621명(19.8%)이나 줄어든 것이다.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8월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미리 강사 7834명을 해고한 결과다. 신분이 불안한 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이 법이 결국 '강사 내쫓는 강사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 형국이다.

이에 따라 요즘 전국 상아탑에서 때 이른 환절기 홍역이 번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나마 있던 강의 기회를 잃은 학문후속세대들의 눈물은 차치하더라도 그렇다. 수강신청 단계에서 학생들은 강좌 수 축소와 강의 대형화로 인한 학습권 저해를 실감 중이다. 대학 당국도 임금과 퇴직금 등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 강사들을 겸임·초빙교수로 돌리는 편법을 택했지만, 추가 재원조달이 여전히 부담스러운 형편이다. 애초 강사법 안착의 대전제였던 대학 재정 현실화 문제가 해결이 안 된 까닭이다.

이 같은 '강사법발(發) 카오스'로 인한 당장의 고통보다 난맥상을 풀 뚜렷한 해법이 안 보인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교육부는 강사법 안착대책이라며 전가의 보도처럼 대학평가 지표 카드를 꺼냈다. 즉 대학들이 강사를 줄이면 재정지원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대학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더라도 '신발 위로 가려운 발을 긁는' 격의 미봉책일 뿐이다. 몇 년째 등록금이 꽁꽁 묶인 대학들이 연평균 2000억원 넘는 돈을 조달할 길이 현실적으로 막막해서다.

지옥으로 가는 길도 늘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이번에 '사실상의 강사해고법'을 초래하기까지 과정에 딱 들어맞는 경구다. 치밀한 마스터플랜 없이 겉포장만 그럴싸한 정책을 입안한 교육당국의 책임이 그래서 무겁다. 교육부는 이제라도 특단의 재원대책은 물론 학령인구가 매해 급감하는 현실까지 감안해 '강사법'을 보완하는 '큰 그림'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