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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의식 잃은 어린아이, 그저 살리겠단 일념으로 구했죠"[fn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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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대한항공 사무장
기도 막혀 생사 오갔던 어린아이.. 기내 의사 한명 없었던 상황에서 훈련 받은 응급조치로 직접 구해

"기내 의식 잃은 어린아이, 그저 살리겠단 일념으로 구했죠"[fn이사람]
"제 앞에 의식을 잃은 어린 승객을 보는 순간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지난 8월 18일 서울 김포에서 일본 오사카로 출발한 대한항공 KE739편에 탑승한 이창현 대한항공 사무장(38·사진)은 착륙 직전 의식을 잃은 12세 일본인 승객을 맞닥뜨리게 됐다. 아이의 어머니는 숨 쉬지 않는 딸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오열했다. 운항 중인 기내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의사부터 찾아야 한다. 목적지가 가깝지 않다면 인근 공항으로 긴급회항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시 대한항공 KE739편은 이미 오사카 공항의 착륙허가를 받아둔 상태였고 불행히도 의사는 없었다.

이럴 때 상황 판단은 오롯이 항공기 내 기장과 승무원 몫이다. 두렵지 않았을까. 이 사무장은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이겠죠. 한 사람의 목숨이 저희들 손에 달린 거니까요. 그동안 받았던 훈련대로 응급조치를 하는 것만이 이 승객을 살릴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거워지는 어린 승객을 일으켜세우고 하임리히법을 시도했다. 약 2~3분 동안 30여회 강한 압박을 하면서 그의 팔엔 보랏빛 피멍이 들었다. 심폐소생술 직전 "기적처럼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어린 승객의 입속에서 기도를 막았던 핏덩이와 빠진 어금니가 발견됐다. 사망이나 뇌사를 우려했던 승객은 의식을 되찾고 부축 없이 걸어나왔다. 즉시 이송한 병원 응급실에서도 아이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 사례가 알려지자 기내에선 심지어 의사들조차 책임을 피하기 위해 나서지 않는데 이 사무장의 책임감이 놀랍다는 말들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대한항공 승무원이라면 누구라도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고 해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며 "아이를 살리는 게 우선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사무장이 하늘에서 일한 것은 올해로 7년째다. 그는 "대한항공이 아니었다면 승무원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일반직으로 입사한 그는 대한항공이 실시하고 있는 객실 승무직 사내파견제도를 통해 비행을 시작했다. 국내 항공사 중에선 대한항공만 유일하게 운영하는 제도다. "승무원이 '천직'이란 걸 깨달았다"는 그는 2017년 아예 승무직으로 전직했다. 그는 "항공사 입사가 적성에 맞을까 고민이 된다면 활용해볼 좋은 제도"라고 설명했다.

어떤 매력이 그를 전직까지 하게 만들었을까. 그의 답변은 '포옹'이다.
그는 "대한항공이 최초의 국적항공사이다보니 우리를 믿고 의지하는 승객들이 많다. 아이 혼자 탑승해야 하는 경우나 연로하신 분들,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분들이 장거리 비행을 가실 때는 비자나 언어 문제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신다"며 "그렇게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승객들을 끝까지 모신 후 공항 입국장에서 이들이 가족과 만나며 포옹하는 모습을 볼 때면 승무원이란 직업에 큰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 사무장에겐 어떤 꿈이 있을까. '여섯 살 쌍둥이들의 아빠'라는 그는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즐거운 일이 참 많았다"며 "제 아들들이 모두 대한항공 승무원이 돼 셋이 다 함께 비행을 한다면 참 좋을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