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모른다" 더이상 안 통해
野는 호통보다 증거 내놓길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54)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6일 하루 열린다. 우여곡절이 컸다. 당초 여야는 지난 2~3일 이틀 청문회에 합의했으나 증인 채택을 둘러싼 대립 끝에 무산됐다. 그러자 조 후보자는 2일 이례적으로 국회에서 '무제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튿날, 곧 지난 3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하면서 그 시한을 6일로 못박았다. 4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청문회 개최에 합의한 데는 이런 급박한 사정이 있다.
여러 논란을 떠나 여야가 조국 청문회를 열기로 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다.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 정치권과 언론은 후보자 자질을 검증한다. 그 과정에서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국회가 후보자를 불러 의혹을 캐묻고 후보자는 이를 해명하는 제도적 장치가 바로 청문회다. 청문회도 없이 무조건 반대하거나 또는 무조건 임명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먼저 조국 후보자에게 당부한다.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조 후보자는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말을 수십번 반복했다. 이를 두고 셀프 간담회, 면죄부 간담회라는 비판이 나온 것은 당연하다. 정식 청문회에서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딸의 대학(원) 입학과 장학금, 가족형 사모펀드를 두고 여론이 의혹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후보자라면 진작에 사퇴했을 거란 평가도 있다. 조 후보자는 간담회에서 "(사모펀드와 관련된) 5촌 조카가 무슨 역할을 했는지 모른다"며 "지금 해외에 있다는데, 하루 빨리 들어와 진실을 밝혀주길 강력히 바란다"고 말했다. 만약 같은 말을 청문회에서 또 듣게 된다면 실망이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강단 있는 모습을 기대한다.
자유한국당에도 당부한다. 의혹은 차고 넘친다. 이제 그 의혹을 설득력 있는 증거로 뒷받침할 때다. 사진 또는 녹취파일을 제시하지 않은 채 호통 치고 삿대질만 하면 되레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 자기 논리가 달리면 공연히 목청이 커진다.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식의 원님재판으론 여론의 호응을 얻기 힘들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여당과 문 대통령에도 당부한다. 집권당이 조 후보자의 '호위무사'처럼 굴어선 안 된다. 국회의원은 각자가 헌법기관이다. 장관 후보자를 검증할 책임은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에게도 있다.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 임명을 서둘지 않길 바란다. 청문회는 통과의례가 아니다. 청문회 끝났다고 곧바로 임명하기보다는 당분간 여론과 검찰 수사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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