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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런던 증권거래소 합쳐지나…LSE, 부정적

[파이낸셜뉴스]

홍콩증권거래소(HKEX)가 11일(이하 현지시간) 런던증권거래소(LSE)에 인수합병(M&A)을 공식 제안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HKEX는 이날320억파운드에 LSE를 인수하겠다고 LSE 측에 제안했다.

204억5000만파운드는 현금으로 지불하고 나머지는 LSE 1주당 HKEX 신주 2.495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급하겠다고 HKEX는 제안서에서 밝혔다.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시카고의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인터내셔널익스체인지(ICE)와 어깨를 견주는 세계 최대 거래소 가운데 한 곳이 된다.

LSE는 그러나 HKEX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는 했지만 내부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미 합병 불가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찰스 리 HKEX 최고경영자(CEO) 역시 합병을 제안하며 '업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라고 말해 합병 불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LSE가 현재 시장정보 제공업체 리피니티브 인수를 진행 하면서 증권거래에서 주식시장 정보 제공으로 주력사업 전환을 추진 중이어서 HKEX의 제안이 때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SE는 이미 수차례 M&A 협상에 나선 전력이 있지만 지금껏 모두 실패한 전력도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M&A 제안은 HKEX 찰스 리 CEO의 전격적인 제안으로 시작됐다.

데이비드 쉬머 LSE CEO와 셜리 피어스 LSE 회장은 9일 런던을 방문한 리가 만나자고 하자 아무 생각없이 회동 장소에 나갔다가 갑작스레 M&A 제안을 받게 됐다. WSJ은 이들이 무장해제 상태에서 리의 제안에 맞닥뜨렸다고 전했다.

HKEX는 이후 합병 추진에 속도를 내 양측 주주들이 합병의 장점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합병안을 이날 공개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합병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우선 리피니티브 인수 건이다.

LSE가 점점 줄어드는 주식 거래 중개 수수료로 고민하다 주력사업을 주식 중개에서 주식시장 정보 제공으로 전화하기로 하고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 리피니티브 인수다.

LSE는 이미 로이터로부터 리피니티브를 145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합의하고 M&A를 진행 중이다.

HKEX와 합병을 추진하게 되면 리피니티브 인수는 무산이 불가피하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쉬머 LSE CEO는 HKEX의 제안을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제안이 아직 본격적으로 나온 것도 아니고 여러 여건에 크게 좌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LSE 이사회 소식통들은 LSE가 합병 제안을 거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HKEX도 합병 무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리 CEO는 전화회의에서 "(HKEX와 LSE가) 마치 기업판 로미오와 줄리엣 같다"면서 "우리도 (제안이) 늦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M&A 제안이 리피니티브 M&A 추진 전에 이뤄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HKEX가 뒤늦게 LSE 인수에 나선 것은 범죄 혐의자 중국 송환을 골자로 한 홍콩의 송환법 사태에 따른 정정변화가 그 배경으로 지목된다.

지금껏 중국과 거리가 있던 홍콩이 점점 중국 정부에 예속되고 있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HKEX가 영국에 거점을 마련하려 LSE 인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는 그렇지만 LSE 인수와 관련한 정치적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영국 규제 당국이 극도로 민감한 금융정보가 중국 정부의 접근이 허용된 HKEX에 넘어가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고 이에따라 양사 합병은 설령 이사회를 통과하더라도 규제당국의 벽을 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다.

게다가 수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과 명성의 LSE는 이전에도 M&A 목표가 된 적이 있지만 단 한 번도 외국인에게 넘어간 적이 없다는 점도 HKEX로서는 부담이다.

독일 도이체뵈르제가 2번이나 LSE 인수에 나섰다 좌절했고, 미국 나스닥, 스웨덴 주식거래소도 인수 실패를 맛봤다.

호주 맥쿼리 그룹 역시 LSE 인수전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중도에 고꾸라진 적이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