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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 배후로 이란 지목...충돌 '일촉즉발'

美,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 배후로 이란 지목...충돌 '일촉즉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공격의 배후로 사실상 이란을 지목하면서 양국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란은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미국이 행동에 나설 경우 즉각 보복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5일 자신의 트위터에다 "우리가 범인을 알만한 근거가 있고 검증 결과에 따라 출동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적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누가 범인인지,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 지에 대한 사우디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다 "고 설명했다.

■이란·이라크 쪽에서 드론 날아와
예멘 내전에서 이슬람 시아파 반군으로서 수니파 정부군과 맞서고 있는 후티 반군은 이미 14일 레바논 알 마시라TV를 통해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무인기(드론) 10개를 이용해 사우디 동부의 아브카이크 석유 탈황시설과 쿠라이스 지역 유전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반군측은 15일에도 AP통신과 접촉해 자신들이 범인이며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 방공망의 "취약점"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정부 관계자는 AP를 통해 사진 분석결과 2곳의 석유시설에서 최소 19곳의 피격 지점이 관측됐다고 전했다. 또한 시설에 충돌한 물체는 남서쪽에 위치한 예멘이 아닌, 시설 동쪽의 이라크나 이란 쪽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후티 반군은 수니파 종주국으로서 예멘 내전에 개입하고 있는 사우디를 향해 지난해 7월, 올해 5~6월에도 꾸준히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앞서 미 정부는 후티 반군이 주장한 드론 공격 가운데 최소 1차례는 예멘이 아닌 이라크에서 날아왔다고 판단했으며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시아파 민병대를 의심했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2010년대 이후 적극적으로 해외 시아파 무장조직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이 이러한 방법으로 중동 내 영향력을 넓히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4일 자신의 트위터에다 이란을 직접 언급하며 "이란은 긴장 완화를 바라는 모든 요청에도 불구하고 세계 에너지 공급에 전례 없는 공격을 감행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공격에 예멘에서 왔다는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우디측은 아직까지 이번 공격의 배후가 누구인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양자 대화 가능할까
이란측은 미국의 주장에 즉각 반발하면서도 미국이 도발한다면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5일 발표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트윗이 "헛되고 눈 먼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을 향해 '최대 압박' 정책을 시행했다 실패하더니 이제는 '최대 거짓말'로 기울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란 정치군대인 혁명수비대의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공군 사령관은 현재 중동 상황이 "일촉즉발과 같다"며 "오해로 인해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동시에 국영매체와 인터뷰에서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미군 기지들,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의 미 해군 선박들을 언급하며 미군이 공격하면 이들을 상대로 반격할 준비를 마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이 무슨 짓을 하든, 단 한 번의 불꽃만 튀어도 우리는 미국의 배와 공군 기지, 병사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 전문가들은 지난주만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달 24일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유엔 총회 회담 가능성을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로하니 대통령과)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매우 명확히 밝혔다"고 말했다. 다음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역시 조건 없는 양자 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사태 직후인 15일에 자신의 트위터에다 "내가 이란과 "조건 없이" 만날 생각이 있다는 이야기는 가짜뉴스다"고 썼다. 그는 "그런 소리는 언제나처럼 잘못된 발언이다"고 덧붙였다.


A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정말 이란이 이번 공격을 저질렀다면 미국과 회담에 앞서 협상력 강화 목적이라고 추정했다. 바레인 컨설팅업체 르벡의 마이클 호로비츠 정보 대표는 이란이 미국과 대화를 굳이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란은 이번 공격을 통해 긴장 완화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이란이 원하는 제재 완화에 미국이 응하는 것뿐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려 한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