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범(왼쪽)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와 펑리 중국 박사가 공동으로 수소생산에 필요한 이리듐 합성 촉매를 개발했다. UN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얻는 반응에는 '촉매'가 꼭 필요하다. 국내 연구진이 중국 연구진과 함께 연구개발을 진행해 비싼 백금을 대체할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
UNIST는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백종범 교수팀이 중국 연구진과 공동으로, 이리듐(Ir)-질소(N)-탄소(C)로 이뤄진 수소발생 촉매를 합성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촉매는 수소 원자를 당기고 밀어내는 두 작용을 적절히 해내, 백금보다 적은 에너지를 사용해 수소발생 반응이 일어난다. 효율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촉매인 셈이다.
이 촉매의 전기화학적 수소발생 성능을 산성 환경에서 확인한 결과, 백금 촉매와 순수한 이리듐 나노입자보다 훨씬 뛰어났다. 또 열분석장비로 살펴본 결과 귀금속인 이리듐 함량도 7% 정도로 확인됐다. 이리듐 역시 귀금속이지만 소량만 사용하면서 값싼 탄소와 질소와 섞어 고효율 촉매를 만들어낸 것이다.
백종범 교수는 "질소나 탄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고가인 이리듐을 아주 소량만 사용해 고효율 촉매 개발에 성공했다"며 "상용화될 경우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소발생반응에서 촉매는 두 조건을 맞춰야 한다. 먼저 물속에 있는 수소 원자가 촉매에 잘 붙고(흡착), 수소 원자가 두 개 모여 분자가 되면 촉매 표면에서 잘 떨어져야(탈착)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소발생 촉매의 수소 흡착(adsorption)과 탈착(desorption) 성질은 서로 반비례한다. 따라서 흡착과 탈착 반응 사이에 적절한 조율, 즉 '밀당'을 잘하는 물질이 좋은 촉매다.
연구진은 원자내 전자들의 모양과 에너지를 확인 할 수 있는 범밀도함수 이론을 활용한 계산을 통해, 질소와 탄소로 이리듐의 흡착 및 탈착 에너지를 조절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리듐은 백금을 대체할 차세대 촉매로 꼽히는 물질이다. 하지만 수소발생반응을 위한 수소 원자를 흡작하는 부분에 어려움이 있었다. 수소 원자가 이리듐 표면에 붙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높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리듐의 흡착 에너지를 낮추는 데 '질소와 탄소로 이리듐 원자의 전자껍질(Orbital)을 조절'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리듐 주변에 전자를 좋아하는 성질이 큰 질소와 탄소를 적절히 배치해 수소 원자를 당기는 힘을 키워준 것이다. 줄다리기할 때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당기는 힘이 더 커지는 원리와 같다.
연구진은 이 내용을 원자 내 전자들의 모양과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는 '범밀도함수 이론'으로 계산했다. 이론적 계산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가운데 공 모양의 빈 공간을 갖는 '이리듐-질소-탄소(IrHNC)' 촉매를 합성했다. 공 모양의 플라스틱(폴리스타이렌) 입자 표면에 세 원소를 입힌 후 플라스틱을 제거하는 방식을 쓰자, 속 빈 원형의 입자 표면에 이리듐과 질소, 탄소가 균일하게 분포됐다.
제1저자로 연구를 주도한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펑 리(Feng Li) 박사는 "좋은 성능만 쫓아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방식에서 '전자껍질(오비탈)을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촉매 효율을 높인 연구"라며 "이번에 쓰인 방식을 활용하면 다른 금속 기반의 촉매를 설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저명한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지난 6일자로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연구)과 BK21 플러스사업, 우수과학연구센터(SRC),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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