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 "학문적 의견 제시로 볼 수 없는 망언 일삼아"
'파면 반대' 재학생 측 "류 교수 학문적 자유 보장해야"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대한민국 건국과 발전'을 주제로 강의를 하기 위해 강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류 교수는 지난 19일 자신의 '발전사회학' 강의 도중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갔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자발적으로 매춘에 나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있다./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가 24일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강의 도중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류석춘 사회학과 교수에 사과를 요구했다. 이어 대학 본부에는 교원징계위원회를 열고 류 교수를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같은날 연세대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벽에는 류석춘 교수의 파면에 반대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류 교수의 사과는 필요하지만 파면은 여론몰이식 마녀사냥이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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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 "학문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위안부 피해자 모독"
연세대 총학생회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류석춘 교수는 지난 19일 '발전사회학' 강의 중 수강생들 뿐만 아니라 '위안부' 피해자들을 향한 망언을 자행했다"며 "류 교수는 위안부와 현재 사회의 불법 성매매를 동일시하는 발언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강의 중 질문하는 학생에게는 교수로의 위계를 이용해 '궁금하면 (매춘) 한번 해볼래요?'라며 성희롱을 했다"며 "일제 강점기,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했던 연세대에서 나올 수 없는 충격적인 망언"이라고 규탄했다.
또 류 교수가 학문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역사를 왜곡하고 위안부 피해자를 모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학생회는 "학문의 자유는 교수가 강단에서 어떠한 주장이든 마음대로 말할 자유가 아니다"며 "류 교수는 학문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일제 강점기 전쟁 상황 속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마주해야 했던 폭력적인 사회 구조를 배제한 채 위안부와 현재 사회의 불법 성매매를 동일시 했다"고 지적했다.
총학생회는 특히 "류 교수는 '학문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가했고, 위안부의 피해 사실을 바로잡기 위한 국민들의 행동을 비아냥대고 조롱했다"며 "학문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학문적 의견 제시로 볼 수 없는 망언을 일삼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독하는 그의 행위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강의중 학생에게 "궁금하면 해볼래요?"라고 한 발언은 자신의 위계를 이용한 성희롱이라고 주장했다.
총학생회는 "질문하는 학생에게 교수와 학생간의 위계를 이용해 성희롱을 했다"며 "이에 대한 문제 제기에 진심어린 반성과 사죄는 커녕 구차한 변명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며 "자신의 의도는 성매매에 대한 조사를 권유한 것이었다는 주장이야말로 언어도단"이라고 지적했다.
총학생회는 "학문의 자유와 책임이 지켜지는 연세대를 위해 위계를 이용한 폭력에서 자유로운 강의실을 위해 이번 사건이 해결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행동할 것"을 예고했다.
강의 중 위안부 발언으로 논란을 부른 류석춘 사회학과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자신의 연구사무실에 난입한 한 시민에게 항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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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교수 파면 반대 대자보.."정치적 파면 규탄"
반면 일부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이번 류 교수의 발언에 따른 파면 촉구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이날 중앙도서관에 붙은 대자보에는 "당시 수업에서 정신적 충격과 수치심을 느꼈을 학우의 감정에 심히 공감하고 위로한다"면서 "때문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류 교수는 당사자인 해당 학우에게 빠른 시일 내 진심어린 태도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독립적 주체성을 인정받아야 할 학문의 영역을 별개의 사안과 분리하지 못한 정치 세력이 언론을 등에 업고 이를 특정 정치 프레임으로 보도한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에 학자가 서 있을 자리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류 교수를 정치적으로 파면 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앞장서고 있는 언론과 정치권을 강력 규탄하며, 학교 당국은 류 교수의 학문적 자유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류석춘 교수의 정치적 파면에 반대하는 연세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 일동'이라고 밝힌 이들은 "대한민국 헌법 22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학문적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대학에서의 연구 내용과 과제에 대해 그 어떠한 이유로 외부에 의해 감히 제한될 수 없음을 최고법으로 명시하는 것"이라며 "집단으로서 대학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학자와 그의 연구를 끝까지 보호하고 존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연세대는 전날 사회학과와 사회과학대 학생들이 류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입장을 내놓는 등 논란이 커지자 학교 차원의 공식 조사와 류 교수의 해당 교과목 강의 중단 조치를 내렸다. 학교 측은 윤리인권위원회(성평등센터)를 통해 류 교수의 강좌운영 적절성 여부에 대해 조사중이다.
한편 류 교수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매춘을 권유한 것이 아닌 '조사를 해보라'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는 사실관계를 엄밀히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역사적 관점을 굽히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류 교수는 또 "이번 사태에 대한 학생회와 대학당국의 대처를 보며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저의 발언을 두고 그 진의를 왜곡한 채 사태를 '혐오발언'으로 몰고가는 것이 아닌가 의심마저 든다"며 "강의실 발언을 맥락 없이 비틀면 '명예훼손' 문제까지 고려할 수 있다"며 법적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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