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망자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고령화에 따라 늘어난 노인인구와 지난해 유난히 기승을 부렸던 한파가 원인이 됐다. 지난 2017년 주춤했던 자살자 수도 지난해 크게 늘었다. 정부는 베르테르 효과(모방자살 효과)가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자 수는 29만8820명이었다. 이는 사망원인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1983년 이래 최대다.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조사망률은 582.5명이었다. 조사망률은 통계 작성 이래 두 번째(561.0명을 기록한 1988년이 최대)로 가장 높았다.
3대 사인은 암, 심장질환, 폐렴이다. 이들 질환은 전체 사망의 약 45%를 차지했다. 이 밖에 뇌혈관질환, 자살, 당뇨병, 간질환, 만성 하기도질환, 알츠하이머병, 고혈압성 질환이 10대 사인에 들었다.
■고령화·한파 영향
지난해 사망자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배경엔 인구구조 변화가 있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고령화에 따라 노인인구가 늘어나면 사망자 수와 사망률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80세 이상 사망자가 전체 사망의 46.3%를 차지했다. 10년 전(31.9%)보다 14.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노인성 질환은 주된 사망원인으로 자리잡았다. 대표적 노인성 질환인 폐렴은 10년 전만 해도 사망원인 9위였지만 지난해엔 3위로 올라섰다. 폐렴 사망률(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은 2008년 11.1명에서 2018년 45.4명으로 껑충 뛰었다.
알츠하이머병은 처음으로 10대 사망원인 명단에 들었다. 알츠하이머병 사망률은 10년 전 3.8명에서 2018년 12명으로 214.2% 증가했다. 알츠하이머병은 폐렴에 이어 10년 전에 비해 사망률이 가장 크게 증가한 사망원인으로 꼽혔다.
순환계통 질환의 사망률은 122.7명으로 10년 전보다 10.4명 늘었다. 고혈압성 질환, 심근경색증, 협심증 등 순환계통 질환은 70세 이후부터 사망률이 급증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지난해 한반도를 강타했던 한파도 사망자 수를 늘리는 데 영향을 줬다. 김 과장은 "지난해 사망자 수 추이를 월별로 구분해 분석하면 1~2월에 가장 많이 늘었다"며 "그 배경엔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낮은 기온을 기록한 한파가 있다"고 전했다. 1월과 2월 사망자 수는 각각 3만1550명, 2만5001명으로 나머지 3~12월 평균 사망자 수인 2만4226명을 웃돈다.
■베르테르 효과로 자살사망자 10%↑
지난해 자살사망자는 1만3670명으로 2017년보다 9.7% 늘었다.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사망자 수)은 26.6명으로 그 전년보다 9.5% 증가했다. 특히 3월(35.9%), 1월(22.2%), 7월(16.2%)에 자살률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오명도 다시 입게 됐다. 한국은 2003년 이후 2016년까지 13년째 자살률 1위 국가였다. 그러다 지난 2017년 리투아니아가 OECD에 가입하면서 2위로 내려갔다. 리투아니아의 2017년 자살률은 24.4명으로 한국(23.0명)보다 높았다.
리투아니아의 지난해 자살률이 집계되지 않은 현재 시점 기준으로 한국은 다시 1위 국가로 올랐다.
김 과장은 "자살률 증가폭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라고 하긴 하지만 금융위기 때 자살률 증가폭은 20% 수준으로 높았다"며 "그 정도로 자살률이 증가한 건 아니기 때문에 경제적인 원인과 연관지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측은 "지난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유명인 자살사건이 다수 있어 모방 자살 효과가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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