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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횡령' 한보 정한근, 도피 21년만 처음 법정 선다

회사 자금 2680만달러 빼돌린 혐의 준비기일 모두 불출석…처음 나올 듯

'수백억 횡령' 한보 정한근, 도피 21년만 처음 법정 선다
【인천공항=뉴시스】최동준 기자 = 도피 생활 중 해외에서 붙잡힌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가 지난 6월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2019.06.22.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옥성구 기자 = 회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54)씨가 해외 도피 21년 만에 처음으로 법정에 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윤종섭)는 2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재산국외 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정씨 첫 공판을 진행한다.

정씨는 세 차례 열린 공판준비기일에 모두 불출석했지만, 이날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는 정식 재판인 만큼 법정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씨 측은 지난 18일 열린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공범들이 정씨에게 보고하지 않고 몰래 빼돌린 횡령 금액은 다툰다"면서 "나머지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대체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씨가 주도적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향후 재판 과정에서 추가 의견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 회사자금 2680만달러(당시 환율기준 260억여원)을 스위스의 차명 계좌를 통해 횡령하고 재산을 국외에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국세 253억원도 체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와 해외 도피 과정에서 필요했던 서류를 위조한 공문서위조 혐의도 받는다.

정씨는 1998년 6월 수사 과정에서 잠적했고,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2008년 9월 그를 재판에 넘겼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추적 끝에 정씨를 파나마에서 검거했고, 브라질(상파울루), UAE(두바이)를 거쳐 지난 6월22일 정씨를 국내로 송환했다.


정씨는 타인의 신상 정보를 이용해 캐나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등 신분을 세탁해서 도피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정씨의 부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1일 에콰도르에서 숨진 것으로 최종 확인했다. 정 전 회장은 숨지기 전 약 150쪽 분량의 유고(遺稿)를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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