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행동 "교수로서 자격없어..비겁한 변명·뻔뻔스러운 태도"
정의기억연대 "류 교수 발언, 日정부 보다 더 악의적·파렴치"
재학생 "학우들도 큰 충격..대자보 붙이느라 교내 청테이프 다 팔려"
아베규탄시민행동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 성노예·친일' 망언 논란을 일으킨 연세대 류석춘 교수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민주노총, 정의기억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전국 700여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아베 규탄 시민행동'이 강의 중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파면을 촉구했다.
아베 규탄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2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면 강제로 물러나게 하는 수 밖에 없다"며 "연세대는 친일 망언 류석춘을 즉각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시민행동은 "류 교수가 수업 중 식민지 시기 일제의 만행을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친일망언을 자행했다"며 "아무리 학문의 자유가 존재하고, 강의중에 이뤄진 것이라 하더라도 거짓을 가르치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더 나아가 학생에게 성적 모욕을 가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류 교수는 스스로 교수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증명해놓고도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과 피해 학생들에게 엎드려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비겁한 변명을 하며 자신의 다른 교양 강의를 계속하겠다는 뻔뻔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연세대 당국에 류석춘을 즉각 파면하고 더이상 거짓과 모욕으로 위안부 피해자들과 학생들에게 상처주는 행위를 중단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석운 시민행동 대표는 이날 "류석춘 (교수)의 최근 행보를 보면서 참담함을 넘어 부끄러움까지 느껴진다"면서 "아베(일본 총리) 앞잡이, 나팔수 역할을 하는 류석춘은 교육자, 학자, 인긴이기를 포기한 것"이라며 학계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지금도 피해 할머니들은 예전의 고통을 끄집어 내야하는 인터뷰를 하고 난 뒤면 잠을 못이루고 악몽과 굉장한 고통에 시달린다"며 "류 교수는 학자라는 이름으로 수업이라는 이름으로 할머니들의 인권과 명예를 훼손하고 고통을 주는 망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한 사무총장은 "류 교수의 발언은 악의적인 사실들을 편취·조합해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극우 세력의 주장과 하나도 다를 것 없다. 일본 정부의 입장보다도 더 악의적이고 파렴치하다"며 "(위안부 할머니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명예훼손이며 할머니들의 대한 인권훼손이다. (정의연은)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에 분노한 연세대 재학생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했다. 연세대 철학과 3학년 재학생 강새봄씨는 "류 교수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 학우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며 "류 교수의 발언은 명백한 역사 왜곡이자 성희롱이다. 교내 편의점에서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느라 청테이프를 사가서 다 팔렸다고 한다. 더는 등록금을 내는 강의에서 답답한 혐오 발언을 듣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교수 연구실로 강의 준비를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류 교수는 지난 19일 자신의 '발전사회학' 강의 도중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갔던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자발적으로 매춘에 나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뉴스1
한편 류 교수는 앞서 지난 19일 사회학과 전공과목인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위안부 관련)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정부)이 아니다"라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매춘에 들어가는 과정이 자의 반, 타의 반"이라며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라고 강의 도중 질문한 학생에게 되묻기도 했다.
이후 이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류 교수는 입장문을 내고 "매춘을 권유한 것이 아닌 '조사를 해보라'는 취지"라고 해명하면서 "강의실에서 한 발언은 교수와 학생간 토론과 대화로 끝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위안부 문제는 사실관계를 엄밀히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역사적 관점을 굽히지 않는 모습도 보여 논란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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