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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도피' 정한근 첫 재판…공소사실 인정하냐 묻자 "네"

'21년 도피' 정한근 첫 재판…공소사실 인정하냐 묻자 "네"
해외 도피 중이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54)씨 정씨는 한보그룹 등이 부도가 나자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 자금 약 322억원을 횡령하고 스위스로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인 1998년 6월 해외로 도피, 21년째 잠적했다. 2019.6.2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국외 도피 21년 만에 붙잡혀 국내로 송환된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54)가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 관련 혐의를 모두 시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25일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씨의 첫 공판기일에서 정씨는 재판부가 "검찰이 진술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것이 맞냐"는 질문에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재판부는 이어 정씨에게 더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냐고 물었고, 정씨는 "변호인한테 일임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등장한 정씨는 뿔테 안경에 머리는 짧게 자른 상태로 담담한 표정으로 재판에 임했다.

법원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세 번의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

정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이 부도가 나자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주식회사(EAGC) 자금을 스위스에 있는 타인명의 계좌에 예치해 횡령하고 재산을 국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정씨는 당시 동아시아가스가 보유하고 있던 러시아의 ㈜루시아석유 주식 27.5%의 일부를 러시아의 시단코회사에 5790만 달러에 매도한 뒤 2520만 달러에 매각한 것처럼 허위 계약서를 작성, 3270만 달러(당시 환율기준 약 323억원)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1998년 6월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뒤 도주했다. 그해 7월 검찰은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체포에 나섰으나, 소재불명으로 집행하지 못했다.

검찰은 2008년 9월 공소시효 만료를 피하기 위해 정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도피 횡령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후 정씨는 21년 잠적 끝에 에콰도르에서 체포돼 지난 6월22일 송환됐다.

정씨 측은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 "공범들이 정씨에게 보고하지 않고 몰래 빼돌린 부분까지 횡령 금액에 포함된 것만 다투고 나머지 사실관계는 비록 오래전 일이지만 대체로 인정한다는 취지"라며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


앞서 검찰은 제3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정씨를 공문서위조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또 정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횡령 금액을 기존보다 약 590만 달러를 줄인 2680만 달러로 변경했다. 아울러 기존 공소장에 적시되지 않았던 외국환관리법 혐의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