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직장인 성 모씨(40·여)는 두 달 전부터 손과 발이 타들어가듯 아프고 다리가 쉽게 피로해지는 증상을 겪었다. 단순한 피로누적 때문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점차 통증이 심해졌다.
2주일 전부터는 한 쪽 다리에 감각이 없어져 오래 걷기가 힘들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고민 끝에 찾은 신경과에서 말초신경병증을 진단받고 소염제와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았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그러던 중 병원에서 '호아타 전기자극치료'를 1주일에 두 번씩, 총 8번 받았고 원래 상태의 80% 수준으로 다리 감각이 회복됐고 통증도 상당 부분 개선됐다.
손이나 발이 저리면서 아프고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은 가볍게 여기기 쉽지만 인체 구석구석에 퍼져 있는 말초신경의 이상을 알리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말초신경은 뇌와 척수에서 전화선처럼 온몸으로 뻗어있는 조직이다. 손과 다리의 감각을 느끼는 감각신경과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운동신경으로 구성된다. 피부, 골격근, 각종 장기에서 수집된 감각을 중추신경인 뇌와 척수에 전달하고 중추신경이 지시하는 운동자극을 몸 전체에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이 부위에 문제가 생겨 손과 발의 감각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게 말초신경질환이다. 주요 증상으로 손발저림,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 시리거나 타는 듯한 작열감, 감각이상 및 마비 등이 동반된다.
오래 방치하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심한 통증이 나타나며 근력저하 및 근위축으로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거나 오래 걷기가 힘들어진다. 유독 밤에 증상이 악화되는 게 특징이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서면 머리가 빙글빙글 돌며 어지럼증을 느끼는 체위성 저혈압을 겪거나, 자율신경계가 손상돼 손·발에서 땀이 나지 않거나, 발기부전 등 성기능장애가 동반되거나, 설사·변비·요실금 등 배변기능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말초신경질환의 주요 발병원인으로 외상, 대상포진,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혈액순환장애, 정맥류 가족력, 항암치료, 척추·무릎수술, 음주, 흡연, 비타민 부족, 발·다리 부종에 의한 만성적 신경압박 등이 꼽힌다.
기타를 치기 위해 장시간 발을 꼬고 앉거나, 책상에 팔을 올려놓고 잠이 들거나, 팔로 머리를 벤 채 잠을 자는 등 한 가지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것도 원인이다. 장시간 선 자세로 근무하는 업무환경이나 생활습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한 번 손상된 말초신경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영구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되도록 빨리 진단 및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며 "하지만 혈액순환장애와 증상이 비슷해 혈액순환 개선 건강기능식품 등을 복용하거나 민간요법에 치중하다가 병을 키우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저림보다는 손발이 차가워지는 증상, 말초신경장애에는 저림이 주로 나타나는 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근 도입된 전기자극통증치료인 '호아타요법'은 미세전류 정전기를 세포에 흘려보내 부족한 음이온을 충전, 말초신경병증을 개선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심 원장은 "몸 속 깊이 전달된 정전기는 약화된 신경세포를 튼튼하게 만들고 세포 간 감각전달능력을 정상화해 감각저하, 마비, 통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치료 후 2~5일이 지나면 체내 음전하가 다시 떨어지므로 1주일에 2~3회 간격으로 치료받으면 좋다"고 말했다.
호아타는 병·의원에서 사용되는 기존 '경피적전기신경자극기'(TENS)보다 더 깊은 부위 통증까지 개선하고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게 장점이다.
말초신경병증 외에 림프부종, 섬유근육통, 족저근막염, 척추 및 관절통증 등 만성 통증질환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다.
심 원장은 "말초신경질환은 아직 대중에게 생소한 질환이지만 제 때 진단받으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며 "감각저하나 마비 같은 증상을 가볍게 여기거나, 단순 노화로 생각해 방치하면 치료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말초신경질환 예방을 위해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잡힌 식단으로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술·담배를 멀리하며, 한 가지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는 습관을 피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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