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가 파업했던 첫날인 지난달 6일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노조가 파업을 한다고 무조건 퇴원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고 합니다. 암 수술한 지 얼마 안됐는데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옮기지 않고 병원에 있을 방법이 없을까요."
이 지인은 얼마 전 국립암센터에서 설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빅5 병원으로 옮겨야 하느냐고 내게 문의했다. 수술은 며칠 후로 잡힌 상태였다. 다른 대학병원에 가면 진료 예약을 해야 하고, 검사를 받고, 수술 날짜를 잡는 데 최소 몇 주에서 몇 개월이 소요된다. 흔히 말하는 빅5 병원은 문재인케어 시행 후 대기시간이 더 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그냥 국립암센터에서 수술을 빨리 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해 수술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수술 후 병원을 나가라니 환자가 불안해했다. 바로 병원에 문의했다. 병원 측으로부터 노조원의 대부분인 간호사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병실 환자 케어가 안되는 상황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현재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최소 인력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가 병실에 남아있겠다고 하면 강제 퇴원을 시키지는 않는다고 했다. 답변을 전달했더니 환자는 그냥 병실에 남았다.
520병상이 환자로 가득 찼던 병원은 파업 5일째 100명 밑으로 떨어졌다. 환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커졌다. 국립암센터 대부분의 환자는 경증이 아닌 암 환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암 수술을 한 후 입원 케어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보호자들도 분통을 터트렸다. 환자를 볼모 삼아 파업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조는 왜 파업을 했을까. 임금협상이 문제였다.
노조는 시간외근로수당을 포함해 3.3%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준정부기관 임금인상 기준인 1.8%를 넘기기 어렵다고 맞섰다.
정부는 주 40시간인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야간·휴일 근무 등에 대해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전에는 병원 직원들이 시간외수당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다른 대학병원들도 높은 임금인상안에 타결하는 곳이 많았다. 을지대병원은 전 직원 임금 11% 인상, 임금체계 개편, 육아휴직급여 도입 등을 이끌어냈고 건양대병원도 노조 임금 5% 인상, 연세의료원은 기본급 3% 인상 및 격려금 60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그렇다보니 국립암센터 노조들도 뿔이 난 것이다. 이전에도 다른 대학병원에 비해 임금수준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립암센터는 연간 신입간호사 사직률이 25%에 달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결국 파업 11일 만에 노사 양측은 임금 총액 1.8% 인상 외 시간외근로수당 지급, 복지포인트 30만원 추가 지급에 합의했다.
이번 문제는 정부에서 시간외수당 등 지급해야 할 인건비를 보전하지 않고 정책만 시행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파업에 정부의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특히 병원의 파업은 일반직장의 파업과는 전혀 다르다.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으로 환자, 노조, 병원 측 전부 상처를 입었다. 앞으로 이런 식의 파업이 또 발생한다면 곤란한 일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립병원에서 파업이 발생하면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방안을 마련해놔야 하고 정책을 시행할 때는 그에 따라 발생할 비용부분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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