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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스톡홀름 노딜, 北 비핵화 의지 있나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이 5일 결렬됐다,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후 7개월 만에 만난 양측 대표들이 빈손으로 헤어진 것이다. 북측은 "우리가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며 미국 측을 비난했다. 이에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져갔다"고 반박했다. 미국이 북한산 석탄과 섬유 등에 대한 '한시적·부분적 제재 유예' 카드로 '영변 핵시설+α' 폐기를 요구했으나 북측이 이를 거부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이는 강경한 리비아 방식의 북핵 폐기를 요구했던 존 볼턴 안보보좌관을 경질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대가 무산됐다는 얘기다. 부분적 비핵화를 거쳐 전면적 비핵화로 이끌려던 구상이 난관에 부딪히면서다. 그렇다면 김정은 정권이 실질적 비핵화 의지가 여전히 없다는 뜻이다. 협상 창구가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태도가 쉬이 바뀔 것 같지도 않다. 북측이 회담 후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가 계속 유지되는가, 되살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북측이 트럼프가 탄핵 시비 등 정치적 곤경에 처하자 북핵 모라토리엄 유지를 외교 치적으로 삼아온 그를 역으로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어서다.

북한의 전략이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는 피하면서 제재를 허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셈이다. 시간을 끌며 핵능력을 고도화해 궁극적으로 핵보유국으로 묵인받겠다는 의도다. 며칠 전 북측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하고, 다른 한편으로 중국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데서도 읽히는 기류다.

이로써 김정은 답방 등 평화 이벤트를 펼치려던 정부의 구상이 차질이 불가피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톡홀름 노딜'로 아직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음을 확인했다면 역설적으로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일수록 북한이 ICBM 도발로 판을 깨지 못하도록 대북제재 등 한·미 공조의 고삐를 늦춰선 안 될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북핵 협상이 끝내 무위로 끝날 경우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을 점검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