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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휴대폰 깡, 대부업법 위반 아니다"

전기사업통신법 위반 혐의만 인정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원심 확정

신분증을 빌려주는 대가로 휴대폰 단말기를 개통한 뒤 판매대금 일부를 명의자에게 대출해주는 이른바 '휴대폰 깡'이 대부업법 위반에 해당되지는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휴대폰 깡' 업자들이 신분증을 대여해 준 대출의뢰자들에게 지급하는 금액이 대출의뢰자의 신용이나 이자율과 관계없이 대출의뢰자가 개통하는 중고 휴대전화기의 시세만을 바탕으로 정해진 것이어서 이자와 기한을 정해 돈을 빌려주는 '대부'로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휴대전화 판매업자 김모씨(52)의 상고심에서 대부업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전기사업통신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대법원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휴대전화 판매업자 박모씨(52)와 홍모씨(52) 등에 대해서도 전기사업통신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 등은 신용등급이 낮아 금융기관 및 대부업체에서 대출이 어렵거나 급전이 필요한 불특정 다수인들 상대로 '휴대폰 개통 50~300만 원, 당일 현금지급, 긴급 자금해결' 등의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배포했다.

김씨 등은 이런 방식으로 휴대전화 명의자들을 모집한 뒤 신분증을 받아 휴대전화를 개통, 단말기를 유통시켜 중고품으로 판매하고 취득한 수익금 중 일부를 명의자들에게 지급했다. 이들은 급전이 필요한 명의자들에게 "본인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해 단말기는 저희에게 주면 돈을 만들어 보내준다.

3개월이 지나면 대리점에 가서 휴대폰을 정지해도 되며, 개통한 휴대폰은 약정기간 동안 할부값을 지불하면 된다. 휴대폰 단말기는 외국인이나 신용불량자 등 할부로 휴대폰을 개통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판매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업법은 시·도지사에 대한 등록을 하지 않고 금전 대부 등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1,2심은 또 "피고인들과 대출의뢰자들은 이자나 변제기 등 대부조건에 대해 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돈을 돌려받기로 한 것도 아니어서 돈을 빌려줬다고 볼 수도 없다"며 "대출의뢰자가 휴대전화 할부금을 갚는 것은 피고인들의 행위와 직접 관련이 없고, 피고인들이 대출의뢰자에게 지급하는 액수도 대출의뢰자의 신용이나 이자율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