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노벨 화학상은 9일 리튬이온 배터리의 선구자들로 꼽히는 미국, 영국, 일본의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존 구디너프 미국 텍사스대, 스탠리 휘팅엄 빙엄턴대 교수와 함께 일본의 요시노 아키라 메이조대 교수가 영예의 주인공이다. 무엇보다 일본이 24번째 과학 분야 노벨상을 수상한 사실이 눈에 띈다. 첨단 소재 강국의 면모를 과시하는 이웃나라를 보면서 4차 산업혁명기를 맞은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된다.
다시 노벨상의 계절을 맞아 솔직히 일본의 성취가 부럽지 않을 수 없다. 과학 분야의 첫 노벨상을 학수고대하는 우리의 처지에 비해 일본은 2014년(물리학상), 2015년(생리의학상), 2016년(생리의학상) 3년 연속 수상자를 낼 정도여서다. 물론 일본의 이 같은 기초과학 강국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아니다. 우리보다 먼저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의 100년 내공이 스며든 결과라면 스포츠 한·일전처럼 단숨에 따라잡겠다고 조바심만 낼 게 아니라 연구 인프라의 저변을 넓히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가 정작 선망해야 할 것은 일본 사회의 연구환경이다. 학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에서 과학기술자를 존중하는 사회적 풍토를 벤치마킹할 만하다는 얘기다. 이번 화학상 공동수상자인 요시노 메이조대 교수도 본업은 종합화학기업인 아사히가세이 연구원이다. 올해 71세인 그는 "쓸데없는 일을 잔뜩 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는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다년간에 걸친 연구 시행착오를 긴 호흡으로 용인하는 일본 기업과 대학의 연구환경을 짐작케 한다.
우리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문재인정부는 올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국감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소생산기술은 선진국 대비 60~70% 수준으로 드러났다.
말로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며 이에 필요한 기초과학기술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래선 노벨상 한·일전 승리는 고사하고 미래 산업을 일구는 데도 역부족이다. 지금처럼 최단기간내 성과를 압박하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 방식이나 지나치게 실용화에만 치우친 산학협력체계부터 글로벌 기준으로 혁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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