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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헤지펀드 환매 중단, 시장 무질서 고칠 기회다

라임운용 6200억원 규모
자본시장 육성은 살려야

국내 헤지펀드 업계 1위인 라임자산운용이 8일 일부 펀드 환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규모는 62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중도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의 환매를 중단한 것은 충격적이다. 라임자산운용은 "자산을 졸속으로 매각하면 투자손실이 더 크다"고 설명하지만 제때 돈을 찾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속이 탄다.

라임 사태는 두가지 점에서 경각심을 부른다. 먼저 사모펀드 시장이 얼마나 무질서한지 드러났다. 이명박정부는 민간 자본시장을 육성한다는 근사한 목표 아래 2011년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의 문을 열었다. 이어 박근혜정부는 2015년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풀었다. 이때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곧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다. 자기자본은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추고, 전문인력은 3명만 두면 됐다. 그 뒤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헤지펀드가 수백개로 늘었다.

규제를 푼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헤지펀드가 코스닥 머니게임에 몰두하도록 방치한 것은 잘못이다. 헤지펀드는 알음알음 개인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모아 운용한다. 저금리 기조 아래서 고수익을 올리려다 무리수를 뒀다. 그래서 코스닥 상장사 중 실적이 나쁜 기업에 투자했다. 또 헤지펀드로선 이례적으로 중도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상품으로 고객을 유인했다. 지난 7월엔 검찰이 코스닥 상장사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했다는 혐의로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를 계기로 헤지펀드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이번에도 은행이 연루됐다. 요즘 말썽이 난 파생결합펀드(DLF)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은행이 수수료 욕심 때문에 투자성향이 보수적인 고객을 상대로 무리하게 헤지펀드 상품을 판 건 아닌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수수료 욕심은 증권사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고 2011년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사모펀드 시장은 이미 몰라보게 커졌다. 건전한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대의는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다만 수시로 시장의 무질서는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2015년에 금융당국은 금융투자협회 차원에서 운영하던 헤지펀드 모범규준을 없앴다.
시장질서를 자율에 맡긴다는 취지에서다. 이 가운데 내부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장치라도 이번에 되살리면 어떨까 싶다. 이는 시장 자율을 누르는 규제의 부활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