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의 집권 정의개발당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AP뉴시스
터키의 시리아 침공이 이틀째로 접어든 가운데 전쟁을 말리려는 국제 사회 노력이 결실을 얻지 못하고 있다. 터키는 유럽이 한 목소리로 자국을 비난하자 붙잡고 있는 난민들을 유럽에 보내 버리겠다고 협박했으며 미국은 애매한 태도를 유지하며 터키와 쿠르드족의 갈등을 중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10일(현지시간) 긴급 비공개 회의를 열고 전날 시작된 침공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유럽연합(EU) 소속 주요국들은 터키의 일방적인 군사행동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 채택을 추진했으나 미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번 공격을 어떤 식으로든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충분히 밝혔다고 말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시리아와 관련 모든 안보리 성명은 시리아 내 외국군 주둔을 포함한 광범위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과 프랑스를 포함한 EU 6개국은 별도의 성명을 내고 "이번 침공이 터키의 안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지역 안정을 더욱 훼손하고 민간인들의 고통을 악화시키며 난민 증가 등의 이주를 더욱 촉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터키는 EU를 집중 공격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0일 집권 정의개발당 연설에서 "이봐 EU, 행실을 똑바로 해라"라며 "만약 현재 우리 군사 작전을 점령으로 묘사한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문을 열어 360만명의 난민들에게 문을 열어주고 유럽으로 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는 지난 2015년 지중해 난민 위기 이후 이듬해 터키와 협약을 맺고 터키가 유럽으로 흘러드는 난민들을 흡수해 주면 60억유로(약 7조8547억원)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결정은 터키 내 보수파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달 시리아 침공을 통해 국경지대에 쿠르드족을 몰아내고 해당 지역에 안전지대를 설치해 터키에 유입된 난민들을 정착시킬 계획이다. 그는 10일 연설에서 시리아 영토를 합병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EU가 자신의 안전지대 계획을 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리아 북부 국경에서 미군을 빼내 이번 침공을 가능하게 만든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터키와 쿠르드족의 다툼을 중재할 의향을 내비쳤다. 여당조차 오랜 동맹이었던 쿠르드족을 버렸다며 비난을 이어가자 이에 놀란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지금 터키가 쿠르드족을 공격하고 있는데 양측은 200년 동안 싸우는 사이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에게는 3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수천명의 미군을 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터키를 금융면에서 매우 가혹하게 압박하고 제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또한 터키와 쿠르드족의 합의를 중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터키 국영 아나돌루통신은 침공 이틀째인 10월 기준으로 228명의 쿠르드 민병대원을 사살하거나 생포했다고 밝혔으나 같은날 쿠르드측은 터키군 22명을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민간 조직인 시리아인권관측소는 현재까지 쿠르드 민병대원 29명과 이번 침공에서 터키군과 함께 참여한 친터키 시리아 반군인 '자유시리아군' 대원 17명이 각각 숨졌다고 집계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