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삼지연군·경성군 등서 모습 드러내
지도력·체제 안전성 부각...우회적 美 압박
[파이낸셜뉴스] 스톡홀름 북미실무협상 결렬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분주해졌다. 지난 9일 한달만에 공개활동을 시작한 후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 백두산, 삼지연군, 경성군 등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과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자신의 지도력과 체제 안전성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18일 북한 로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 남새(채소)온실농장과 양묘장 건설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밝혔다. 이번 현지지도에는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을 비롯해 조용원, 리정남, 유진, 박성철, 홍영성, 현송월 등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과 국무위원회 국장 마원춘이 동행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공개된 김 위원장의 백두산, 삼지연군 방문도 동행해 김 위원장이 양강도, 함경도 지역을 시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뉴시스】백두산을 오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남새온실농장과 양묘장건설장을 현지지도했다'고 18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인민군 산하 농장 현지지도를 시작으로 불과 9일만에 여섯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노동당 창건 74주년을 맞은 지난 10일 금수산궁전 방문과 경축공연에 참석했고, 16일에는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오르는 모습이 북한 매체에 보도됐다. 백두산 인근 삼지연군에서는 "미국을 위수로 하는 반공화국 적대세력들이 우리 인민앞에 강요해 온 고통은 이제 더는 고통이 아니라 우리 인민의 분노로 변했다"면서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특히 "자력갱생의 위대한 정신을 기치로 보란듯이 잘 살아나가야 한다"며 다시한번 자력갱생을 외쳤다.
이날 남새온실농장과 양묘장 건설장 현지지도에서도 이같은 의도가 엿보인다.
김 위원장은 "현대적인 온실농장을 건설해 인민들에게 계절에 구애됨 없이 신선한 남새를 공급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꼭 하고 싶었던 일"이라며 "전국적 범위에서 온실농장을 건설하는 사업을 계속 다그쳐 인민들의 식생활을 더욱 향상시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지난날의 성과에 만족하며 발전시키려 하지 않는 것은 오늘날 혁명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며 "일군들의 머리속에 남아 있는 이러한 낡은 사상부터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17일 평양 주민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행보를 전하는 노동신문을 보는 모습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짧은 기간에 군사분야가 아닌 내부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사례는 흔하지 않다. 특히 오랜 진통끝에 열린 북미실무협상이 결렬된 직후여서 더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자신이 건재하고 북한 체제가 매우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것 같다"면서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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