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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복관세 강행에 유럽 농산물 비상

美 "에어버스 보조금으로 피해"
유럽 파마산 치즈 등 타격 클 듯

미국이 범유럽 항공기업체 에어버스 보조금 문제와 관련해 유럽연합(EU)에 대한 보복관세를 강행하기로 했다. 이로써 집중 표적이 된 유럽산 유명 농산물 브랜드들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마켓워치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17일(현지시간) 발표에서 18일 오전 0시를 기해 75억달러(약 8조8650억원) 규모의 EU산 수입품에 예정대로 보복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는 앞서 지난 4월부터 범유럽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가 EU로부터 부당한 정부 보조금을 받아 미 기업이 피해를 봤으므로 보복하겠다고 주장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14일 분쟁해결기구 특별회의를 통해 EU가 1968~2006년까지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미국의 보복조치가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미국은 WTO 결정에 따라 유럽에서 수입하는 에어버스 항공기와 기타 EU산 농산물과 공산품에 각각 10%와 25%의 보복관세를 붙이겠다고 예고했다. EU 역시 미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이 불법 보조금을 받았다며 WTO에 미국을 제소했지만 해당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나 나올 전망이다.

미국은 이번 조치에서 영국산 위스키나 스페인산 올리브, 이탈리아산 치즈, 프랑스 와인같이 국가별로 제재 품목을 세분했다. 그 결과 스카치 위스키나 파마산 치즈 같이 지역이 곧 브랜드인 유럽 유명 농산물들은 미국 시장에서 관세 폭탄을 맞게 생겼다. 이탈리아 파미지아노 레기아노 치즈 컨소시엄의 니콜라 베르티넬리 회장은 AP통신을 통해 이탈리아는 에어버스 주주도 아닌데 부당하게 제재를 당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밀라노 보코니 대학의 지안마르코 오타비아노 경제학 교수는 미국이 일부러 자국 경제에 직접적인 피해를 덜 끼치고 생필품이 아닌 부유층이 소비하는 재화를 골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EU를 처벌하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자해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미국의 고집에도 여전히 협상을 추구하고 있다. 브뤼노 르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17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만남 직후 "보복관세는 경제 및 정치적 관점에서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결정이 미국과 EU 양측에 이익이 되지 않으며 세계 경제 성장에도 나쁜 결과를 낳을 것이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중국뿐만 아니라 EU도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지난해 EU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보복관세를 매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유럽산 자동차에도 보복관세를 매길 준비를 했지만 지난해 7월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만난 이후 일단 무역전쟁 휴전에 들어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