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인하로 금융불균형 우려
제로금리 가능한지 따져봐야
경기침체 대비 정책여력 필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계경제 주요 이슈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 워싱턴DC(미국)=권승현 기자】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신중론을 폈다. 경기침체 현실화에 대비해 추가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 수 있도록 정책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금리를 추가로 내렸을 때 부동산 경기 과열이나 고수익·고위험 상품에 돈이 쏠리는 금융불균형 우려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을 만나 "리세션(recession·침체)이 온다는 분석이 많이 나오는데, 막상 리세션이 닥쳤을 때 제일 먼저 움직일 수 있는 건 중앙은행"이라고 밝혔다. 더 큰 경기침체가 현실화될 때를 대비해 통화정책 여력을 확보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한은 기준금리의 실효하한(통화정책이 유효한 금리의 하한선)을 0.75~1.00%로 본다. 따라서 한은은 1~2차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통화정책 여력을 갖고 있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1.25%로 역대 최저금리에 도달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이 정책수단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재정당국은 시간도 걸리고 (재정투입의 경우) 국회 통과라는 의사결정 과정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017년 11월(1.25%→1.50%), 2018년 11월(1.50%→1.75%)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한 것도 이 같은 이유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경기가 좋아져서 올린 것이 아니고 빨리 저금리를 정상화시켜놔야 정말 어려울 때 다시 대응할 수 있어서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금리조정은 베네핏(benefit·이익)도 있고 코스트(cost·비용)도 있다"며 "통화정책이 경기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나 효과, 부작용과 대처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부동산 경기 과열이 완화적 통화정책이 치러야 할 대표적인 '비용'이다. 저금리 시기에는 부동산의 자산가치가 상대적으로 오르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 가계부채도 늘게 돼 있다. 가계가 낮은 금리를 이용해 빚을 늘리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4.6%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이 비율이 60~85%를 넘으면 소비와 성장에 위협이 된다고 본다.
아울러 이 총재는 "저금리의 부작용에는 과도한 수익추구 행위가 있다. 금리가 낮으니까 고수익을 좇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예로 파생결합펀드(DLF)와 파생결합증권(DLS)을 들었다.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금융 소비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 상품에 쏠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과도한 수익추구 행위도 금융안정을 해친다"며 "세계적으로 저금리의 부작용으로 우려하는 것들 중 하나"라고 전했다.
다만 이 총재는 "부동산만 놓고 금리결정을 할 수는 없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 흐름이 있더라도 경기반등이 필요하다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마이너스로 떨어진 물가상승률이 내년 초에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도 이 총재의 신중론에 무게를 더한다.
이 총재는 "내년에 근원물가는 1%대로 올라설 것"이라고 했다. 근원물가는 일시적 공급충격의 영향을 제외한 기초 물가상승률로 농산물이나 국제원자재 가격 변동분이 제외된다. 지난 9월 기준 근원물가 상승률은 0.6%에 그쳤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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