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집권 자유당 ‘절반의 성공’
29석 잃은 157석… 연정 불가피
"인종·성별·환경 등 논란에 휘말린
총리 정당성 입증하는 선거" 분석
AP "자유당 생각보다 선전" 평가
캐나다 집권 자유당을 이끄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왼쪽)가 21일(현지시간) 부인 소피 그레고리 트뤼도 여사와 함께 몬트리올의 당 선거본부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뉴시스
올해 각종 스캔들로 홍역을 치렀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승리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여당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을 상실했으며 전문가들은 이제 트뤼도 총리가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진단했다.
22일 오전 기준 개표 결과를 보면 중도 좌파 성향의 집권 자유당은 하원 전체 338석 가운데 157석을 차지해 약 33%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며 이에 맞서는 보수당은 121석을 얻었다. 퀘벡주 자치를 지향하는 블록퀘벡당은 32석을 확보해 3위에 올랐고 4위는 24석을 얻은 좌파성향의 신민주당(NDP)에게 돌아갔다. 자유당은 이번 선거로 29석을 잃었고 보수당과 블록퀘벡당은 각각 23석, 22석을 추가로 얻었다. 다만 어느 정당도 과반(170석)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자유당은 다른 정당과 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트뤼도 총리는 21일 늦게 승리를 선언하고 "캐나다인들은 전국에 걸쳐 분열과 부정을 거부했다. 국민들은 삭감과 긴축을 거부하고 진보적인 안건과 기후변화에 대한 강력한 행동에 투표했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트뤼도 총리의 재선을 축하하며 "캐나다는 잘 운영되고 있다"고 적었다.
다만 정치 전문가들은 자유당의 과반 상실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선거가 트뤼도 총리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선거였다며 과거 인종 및 성별, 환경 등에 대한 좌파 정책으로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던 그가 수많은 스캔들에 휘말려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공직윤리위원회는 지난 8월 발표에서 그가 올해 초 캐나다 원주민계 전 검찰총장 겸 법무장관이었던 조디 윌슨 레이볼드에게 건설사 뇌물 수사와 관련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트뤼도 총리는 지난 9월에 과거 20대 당시 파티에서 흑인으로 분장했던 사진이 공개되면서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탄소세 도입 등을 추진했으나 동시에 캐나다를 가로지르는 송유관 사업을 승인해 환경론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토론토 대학의 앤드루 맥두걸 정치학 교수는 "이번 투표는 트뤼도라는 브랜드에 비치던 햇살이 사라졌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대학의 넬슨 와이즈만 교수는 AP통신을 통해 자유당이 생각보다 선전했다며 "트뤼도 총리가 이토록 잘 대처했다는 점에 놀랐다"고 평했다. AP는 전문가를 인용해 보수당의 앤드루 쉬어 대표가 트뤼도 총리의 스캔들에 너무 몰입해 인신공격에 치중했으며 건설적인 정치적 논의를 소홀히 했다고 분석했다.
와이즈만 교수는 "보수당에게는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AP는 트뤼도 총리가 우선 연정을 위해 NDP와 접촉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NDP측도 선거 당일 패배를 인정하고 자유당과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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