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fn이사람] "학교폭력, '소년법 개정' 능사 아냐…어른 관심이 중요"

[fn이사람] "학교폭력, '소년법 개정' 능사 아냐…어른 관심이 중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공감하고 있어요. 학교나 가정에서 좀 더 면밀히 원인을 찾았다면, 최근의 사건들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에요."
학교전담경찰관(SPO)로 활동 중인 이백형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위(43· 사진)는 23일 최근 잇따라 발생한 학생 폭력 사건을 접하며 "착잡한 마음이 든다"면서도 "소년법 개정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된 SPO는 학생·학부모·교사를 대상으로 범죄예방 교육을 하고, 학교폭력 가해자 선도와 피해자 보호 업무를 전담한다.

이 경위는 기동대 근무를 한 1년여를 제외하고 2013년부터 현재까지 SPO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서울 내 '최고참' 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 지금은 관악지역 63개 초·중·고 전체를 맡는 SPO 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매일 20~30명의 학생과 소통하는 그의 일과는 출근 시간부터 시작된다. 아침부터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퇴근하면서도 아이들과 오늘 하루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향한다. 그렇게 SPO 활동을 한 지 7년. 그의 페이스북 친구는 5000명을 넘었다.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 도중에도 학생 전용 핸드폰의 모바일 메신저는 끊임없이 알림을 보내 왔다.

이 경위는 오랜 시간 SPO를 이어온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사명감''이라고 답했다.

그는 "일과 시작 전 팀원과 외치는 구호로 '돈 주고도 못한다'는 말을 한다"며 "경찰관이라는 사명감이 지금까지 SPO 활동으로 이어져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사소한 일까지 기억하는 것이 이 경위가 학생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는 노하우다. 그는 "7년이 지나면서도 소통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요즘은 '페이스북 메신저'가 아니면 대화가 안 된다"며 "똑같은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보내면 '스팸' 밖에는 안 된다. 한 아이에게 어떤 일이 있는지, 작은 일이라도 한두마디씩 덧붙여 주면 아이들이 그런 정성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고 전했다.

최근 '수원 노래방 폭행' '익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동영상이 SNS로 유포되며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 강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경위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다양한 어른들의 관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SPO로서 보면 마음이 아프고, 책임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원인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며 "그런 과정 없이, 어른들이 팔짱 끼고 '소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만 말하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경위는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 3명을 드론 자격증을 따도록 도운 일을 꼽았다.

그는 "자녀가 처음으로 뭔가를 이루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도 감동하시더라"며 "아이가 드론 조작을 연습하는 영상을 부모님께 꾸준히 보냈는데, 한 아버님이 그 영상을 편집해 제게 선물해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범죄심리사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있다는 이 경위는 개인적 목표로 "자격증을 통해 청소년 심리를 배우고, 경험과 이론을 함께 얹고 싶다"며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경험, 변화를 제시해주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