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암 진단을 위한 동위원소 등을 생산하는 입자 가속기. 입자가 나선형의 궤도를 통해 회전 반경이 커지면서 높은 에너지를 얻는 방식으로, 개발비가 저렴하고 비교적 작은 규모에서 효과적으로 입자를 가속시킬 수 있어 동위원소 생산 또는 저에너지 가속기에 적용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수입에 의존하거나 국내서 사용하지 못하던 의료·산업용 동위원소 2종을 국산화 하는데 성공했다. 국산화를 넘어 수출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의료산업용 방사성동위원소 저마늄-68(Ge-68)과 스칸듐-44(Sc-44)을 생산하는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박정훈·허민구 박사팀은 다양한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표적을 자체적으로 개발, 그 결과로 생성된 각각의 방사성동위원소를 분리 및 정제하는 '특수 레진을 이용한 크로마토그래피법'을 확립해 저마늄-68과 스칸듐-44의 생산시스템을 구축했다.
저마늄-68은 암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 발생장치의 핵심원료와 방사선영상장비의 정확도를 유지하기 위한 교정선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고가로 수입하고 있어, 국내서 대량으로 생산할 경우 수십억 원의 수입대체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저마늄-68은 반감기가 약 270일로 길기 때문에 수출도 가능하다.
스칸듐-44는 차세대 암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로 반감기가 짧아 수입이 불가능하다. 현재 미국, 유럽 등 생산기술을 보유한 국가 내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로 국내에서도 스칸듐-44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국내 핵의학 분야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스칸듐-44은 프레스로 압축을 한 칼슘 표적에 양성자빔을 쪼여 레진 크로마토그래피법으로 분리해 생산했다.
연구진은 현재 1회 생산 시 수십 밀리퀴리(mCi) 수준의 생산기술을 확보했으며, 이는 한번 생산 공정으로 약 5개의 연구기관에 공급 가능한 수준이다. 이미 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 국립암센터, 경북대학교, ㈜퓨쳐켐 등 다양한 산학연 연구기관에서 저마늄-68과 스칸듐-44의 수급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2020년 상반기부터 국내 수요기관을 대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연구원은 안정적 수급을 위해 앞으로 대량 양산 시설을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서울대학교병원 핵의학과 강건욱 교수는 "저마늄-68은 전 세계적으로 검사 수요가 늘고 있는 신경내분비종양 및 전립선암 진단에 활용되기 때문에, 내수를 넘어 주요 수출 품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한 강건욱 교수는 "스칸듐-44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와 같은 영상진단에 사용될 수 있는 동위원소로, 기존에 주로 사용되는 테크네슘-99m의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체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첨단방사선연구소 위명환 소장은 "이번 연구 결과로 두 종의 방사성동위원소 생산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해 세계적 핵의학분야 연구기술의 확보 및 국내 진단의료기술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수백 mCi 생산수준으로 생산능력을 강화해 의료산업용 방사성동위원소 수출까지도 이루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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