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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 불매운동 타깃 될라"… 중국내 美기업들 ‘노심초사’

브랜드와 결합한 애국주의 확산
알리페이 등 토종 브랜드 급성장
화웨이 스마트폰 37% 점유 ‘1위’
美기업들 무역전쟁 ‘후폭풍’ 우려
"中소비자 심리 확실히 주시해야"

"맹목적 불매운동 타깃 될라"… 중국내 美기업들 ‘노심초사’
중국에서 브랜드와 결합한 국가주의가 널리 퍼지면서 중국에서 사업하는 서방 기업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맹목적인 불매운동의 표적이 되면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인데 특히 미국 기업들은 무역 전쟁 등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2016년 중국 내 한국기업들처럼 풍파를 맞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애국주의에 편승해 성장하는 중국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를 향한 불매운동 위험이 내년도 중국 내 미국 기업들에게 주요 위험요소로 떠올랐다고 주장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매트 첸 중국 대표는 중국에서 "확실히 소비자 심리에 주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눈에 띄는 변화는 중국 토종 브랜드의 성장이다. 미 컨설팅업체 프로펫이 지난 19일 발표한 2019 중국 소비자 브랜드 선호도 조사를 살펴보면 1위와 2위 모두 중국 기업인 알리페이와 화웨이가 차지했다. 상위 50위권 내 중국 브랜드는 2016년에 18개였지만 올해는 25개로 증가했다. 반면 2017년에 상위 10위권의 절반을 차지했던 미국 브랜드는 올해는 2개로 줄었다.

블룸버그는 중국 내 화웨이 스마트폰 점유율이 이미 37%로 1위까지 올랐다며 중국인들이 애국심에 따라 외산 브랜드보다 중국산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종 브랜드 매출은 이달 국경절을 전후해 크게 뛰었고 현지 당국은 지난해 톈안먼 광장이나 군사박물관 등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관광지에 5억명이 방문했다고 집계했다.

이러한 애국심은 항상 외부의 적과 맞물려 움직인다. 캐나다 아웃도어 브랜드인 캐나다구스는 지난해 12월 캐나다 정부가 멍완저우 화웨이 부화장을 체포하자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반대로 동종업계의 중국 라이벌인 보시뎅의 주가는 지난해만 2배가 뛰었다. 미 시장조사업체 IDC에 의하면 2012년에 11%였던 애플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반미감정 고조 등의 여파로 올해 7%까지 내려갔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여기에 중국인들의 불매운동까지 겹치면서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탈리아 베르사체는 지난 8월에 홍콩과 마카오를 중국과 분리해서 표기한 티셔츠때문에 불매운동이 진행되자 즉각 사과했다. 지방시와 구찌 또한 홍콩 표기 문제로 불매운동 표적이 됐고 미국프로농구(NBA)는 이달 초 대릴 모레이 휴스턴로키츠 단장의 홍콩 시위 지지 발언으로 중국인들의 분노를 샀다. 그 결과 중국 방송은 NBA 경기 중계를 취소했으며 중국 기업들 또한 NBA 후원을 연이어 중단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2016년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차원에서 한국 제품 불매운동을 벌인 점을 지적하고 일부 미국 기업들이 이러한 상황에 처할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러한 중국 공포증이 과도할 경우 미 기업에게 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글로벌 게임 제작사인 액티비전블리자드는 이달 초 열린 자사의 게임대회에 참가한 홍콩 프로게이머가 우승 소감으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자 선수 자격을 1년간 박탈하고 상금을 몰수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소비자들은 자국 기업이 공산당을 도와 검열에 나섰다며 불매운동에 나섰으며 미 여야 의원들은 연명으로 회사에 항의 서한을 보내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