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중재도, 보상도 의사편… 감정과정부터 중립성 필요['故신해철 5주기' 여전히 억울한 환자들]

(下) 분쟁 키우는 중재과정
배상책임보험이 환자 못 돕자
환자권리법 만든 프랑스·덴마크
'고발할''안전할' 권리에 초점

중재도, 보상도 의사편… 감정과정부터 중립성 필요['故신해철 5주기' 여전히 억울한 환자들]
의료과실 발생 시 적절히 대처 가능한 후속 조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프랑스, 영국, 미국과 마찬가지로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배상책임보험 자체만으로는 환자를 보호하기 어려워 감정 과정에서부터 논란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프랑스·덴마크 등 '환자권리법' 제정

24일 해외 의료 관련 비정부기구(NGO) 등에 따르면 프랑스는 지난 2002년 '환자권리법'이 시행된 이후 프랑스의 의료과실법은 의료과실로 고통받는 환자들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프랑스 법 체계는 환자들이 의료과실로 인한 사고 발생시 시술자들을 형사 고발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고 있다. 또 환자들이 의료과실 사고에 따른 실비를 보상받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시 형사사법제도에 따라 증거수집 비용 등 법적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덴마크도 지난 2003년 의술을 제공받던 중 발생한 손상에 대해 환자와 가족에 보상을 제공하는 '환자안전법'을 제정해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일반적인 상해를 비롯해 장기기증자 등 적용 대상 폭이 넓다는 점이 특징이다.

영국은 의술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정도에 따라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연간 의료과실로 사망하는 환자 수가 25만명을 넘어서는 미국은 지난 2005년 연방법으로 '환자안전 및 질 향상법'이 제정된 이후 일부 주에 한해 의료과실에 따른 보험가입을 의무화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있다. 의료과실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주는 지난해 기준 50개주 가운데 18여개 주 수준이다.

문제는 배상책임보험이 환자의 사고 배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가입토록 하더라도 국가가 아닌 보험사를 통한 보상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과실 정도에 따라 배상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환자의 피해 측면보다 보험 가입자인 의사 측면에서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배상책임 보험 자체만으로는 환자에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쟁 조정·감정 기구 중요성 커져"

이에 전문가들은 의료과실로 인한 분쟁시 감정 과정에서도 논란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신청 접수사건은 지난 2014년 1895건에서 2017년 2420건, 2018년 2926건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중재 과정에서 감정결과를 좌우하는 상임감정위원이 의료인이라는 사실이 소비자 단체 등에서 논란의 소지가 됐다. 의료인이 감정을 하게 될 경우 조정 결과가 의료인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였다.

최근엔 의료분쟁법 제정 당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5인의 감정부 회의시 의료인 2명, 법조인 2명, 소비자위원 1명으로 구성하도록 명시했다. 또 의료인은 상급 종합병원에서 퇴직한 의료인들 위주로 구성하고, 소비자위원은 반드시 참석하도록 하며 소수의견도 기재하도록 했다.

'신해철법'으로 인해 중대과실 사건에 대해 병원 동의가 없어도 조정절차 자동개시가 강제되자 의료계 쪽에서도 의료감정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추세다.

의사협회는 지난 4월 상임이사회를 열어 '의료감정원 설립 추진단' 구성을 의결했다. 오는 11월 의협 학술대회에서 감정위원들을 대상으로 의료감정 교육도 이뤄질 예정이다.


의료감정원의 경우는 분쟁을 종식시키는걸 목적으로 하는 중재원과는 다르다. 판단이 포함되지 않고, 오로지 의료행위에 대한 감정을 목표로 한다.

대한의사협회 법제자문위원인 법무법인 의성 김연희 변호사는 "(의료분쟁시)당사자들끼리 해결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감정원이나 중재원 등 다양한 기구, 절차들이 마련돼 있어 도움을 얻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김문희 오은선 기자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