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선박 엔진 핵심 부품인 노즐(nozzle)과 플런저(plunger)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A씨(45)는 2011년께 현대중공업과 테스트 부품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테스트 부품 개발을 위해 현대중공업의 힘센엔진 부품 설계도면 사본 912장을 전달받아 사용한 뒤 개발이 끝나면 폐기하는 조건이었다.
■6년간 1000여명 기소, 8000억 피해
그러나 A씨는 현대중공업에 납품한 테스트 제품이 성능 불량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고 2년간의 비밀유지 기간도 끝나자 도면을 포함한 자료 일체를 폐기하지 않고 회사 컴퓨터 등에 고스란히 보관해오다가 적발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부산지법 형사6단독(천종호 부장판사)은 산업기술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상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A씨 회사 법인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와 업체는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받은 힘센엔진 부품 도면을 삭제하라는 요구를 받고도 계속 보유해왔다"며 "선박 엔진 부품을 제조할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했으나 스스로 판로를 개척하기보다 조직적으로 유명 브랜드를 도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해마다 기업의 핵심 기술을 유출하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2013년~지난해까지 중소기업 기술유출 피해액은 무려 8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이 기간 기술유출 범죄 혐의를 받은 사람은 총 5000여명이었으며, 1000여명이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 영업비밀을 외국 경쟁회사에 유출한 협력업체 부사장 B씨(64)도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B씨는 2013~2016년 현대자동차 개발 및 생산에 사용하는 비밀자료를 외국 회사에 빼돌린 혐의가 있다. 2016년엔 중국 경쟁사에 표준설비와 차제공법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술이전' 등으로 포장, 계약체결
이 밖에 올 초에는 대기업 화학제품 제조공정을 빼돌려 중국에 유출한 혐의 등으로 중소기업 대표와 대기업 전 임원 등 5명이 실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화공 엔지니어링 업체 대표 C씨(67)는 화학업체 공장장으로 근무하다 울산에서 관련 업체를 설립한 뒤 D씨 등 다른 화학업체 전·현직 임직원에게 막대한 수익금을 제시해 제조공정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C씨는 빼돌린 기술을 '기술이전' 등으로 포장해 2010년 4월~2011년 1월 225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이 중 148억원을 실제 수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C씨가 빼돌린 기술은 피해 회사가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얻은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 자산이어서 피해가 크다. 범행을 주도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이득도 가장 많이 누린 점 등을 고려했다"며 C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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