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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장사다리펀드, 우선주·CB 투자비중 80%...모험자본 육성 역행

성장사다리펀드 보통주 투자비중 약 33% 급감 
우선주·CB 투자비중은 32% 증가 
보통주 투자 활성화 통한 모험자본 육성·창업생태계 활력 정책 무색 
쉽고 안전한 투자 선호 여전 

[파이낸셜뉴스 최경식 기자]
지난해 정부가 혁신모험펀드에서의 보통주 투자를 늘려 모험자본 육성과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도모하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성장사다리펀드에서의 보통주 투자는 급감하고 우선주·전환사채 투자는 증가해 약 80%의 비중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 운용사 등이 대상 기업에 대한 투자 손실을 우려해 여전히 쉽고 안전한 투자를 크게 선호한다는 의미로, 당초 정부 정책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장사다리펀드는 정부가 2013년 창업생태계 촉진을 위해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에서 모은 정책자금과 민간 투자자금을 합쳐서 만든 펀드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실(경기 고양)로부터 입수한 산업은행의 '성장사다리펀드 하위펀드의 각 연도별 투자 유형별 투자금액 및 비중'에 따르면, 지난해 성장사다리펀드 하위펀드의 보통주 투자금액은 2347억원, 투자비중은 17.6%였다. 반면 우선주와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금액은 총 1조574억원, 투자비중은 79.5%에 달했다. 보통주 투자금액의 경우 2017년 투자금액(8137억원)보다 5790억원, 투자비중(50.4%)은 32.8% 급감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우선주와 전환사채 투자금액은 2950억원, 투자비중은 32.3% 증가했다.

지난해 1월 정부는 성장사다리펀드를 비롯한 혁신모험펀드 조성·운영 계획을 발표하면서, 보통주 중심 투자비중 확대를 적극 유도하고 보통주 투자비중을 높게 제안한 운용사에는 출자사업 운용사 선정시 가점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보통주 투자 활성화를 통해 모험자본을 육성하고, 창업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 및 성장을 도모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도 불구하고, 성장사다리펀드에서 벤처캐피털(VC) 등 시중자금은 오히려 보통주 투자를 급격히 줄이고 우선주·전환사채 투자를 늘리며 리스크의 최소화, 이익의 최대화라는 상반된 목표를 추구한다는 지적이다. 보통주 투자의 경우 투자 대상 기업의 사업이 실패하면 주식 가치가 떨어져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볼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우선주·전환사채 투자는 투자 대상 기업의 사업이 실패해도 보통주보다 우선 변제받을 권리가 있고, 전환사채의 경우에는 부가적인 이자이익까지 얻을 수 있는 등 안정성이 비교적 높다. 또 투자 대상 기업의 사업이 성공하면 약정 수익률도 보장받고, 주식으로 전환해 추가 이익도 남길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창업기업들은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원리금 상환에서 자유로운 보통주를 가장 선호하고 정부도 정책 취지에 맞게 보통주 투자를 독려했지만, 현실은 채권적 성격이 강해 기업에 원리금 상환 부담이 있는 우선주와 전환사채 투자 증대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 등 벤처캐피털이 발달한 국가는 정부가 유도하지 않아도 보통주 투자가 활발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벤처캐피털 선진화가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우선주·전환사채 투자를 선호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보통주에 비해 우선주 투자가 증가하는 것이 꼭 부정적으로 볼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통주 투자를 하면 상장이나 인수합병(M&A) 이외에는 투자금 회수가 힘들지만, 우선주 투자는 약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이를 재투자해 시장을 활성화하는 순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정부가 출자한 자본만큼은 보통주 투자 비중을 늘려 창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재호 의원은 "정부가 출자한 자본의 경우 우선주·전환사채 등 손쉬운 이자수익을 기반으로 하기보다는 보통주 투자를 늘리는 것이 합당한 측면이 있다"며 "보통주 비중을 높이라는 본래 정부 정책에 따라 실제 자금이 집행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세심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