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프랑스 명품업체 루이뷔통헤네시모어(LVMH)가 미국 명품업체 티파니 인수에 나섰다. LVMH이 제안한 인수 금액은 145억달러(한화 16조9676억원)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27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182년 전통의 보석상 티파니는 트루먼 커포티의 동명소설을 영화로 만든 '티파니에서 아침을'로 유명한 업체다. LVMH이 제안한 인수 금액은 티파니 주식을 주당 약 120달러로 산정한 가격으로 25일 종가 98.55달러에 22% 가까운 웃돈을 얹은 가격이다. 인수 규모로는 LVMH의 인수합병(M&A) 가운데 최대 규모다. 2017년 크리스티앙 디오르 인수에 쏟아부은 70억달러의 2배가 넘는 규모다.
LVMH는 이달 초 티파니에 인수를 타진했고, 현재 티파니는 이 제안을 검토 중이다.
소식통들은 티파니가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전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티파니가 이를 거절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티파니는 올들어 주가가 22% 뛰면서 시가총액이 120억달러 규모다. 반면 세계 최대 명품업체 LVMH는 올해 주가가 49% 폭등했고, 시총은 티파니의 18배에 육박하는 2150억달러에 이른다.
LVMH가 티파니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아시아에 이어 세계 2위 명품시장인 미국 진출을 확대하려는 야심에 따른 것이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속에 중국의 명품시장 성장률이 주춤하고, 홍콩 시장 역시 오랜 시위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달초 텍사스주에 루이뷔통 핸드백 공장을 지으며 미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는 LVMH는 패션 부문과 달리 보석시장에서는 성적이 신통찮다. 지방시, 세포라 화장품, 명품시계 브랜드 위블로, 보석 브랜드 불가리, 샴페인 돈페리뇽 등에 티파니가 더해지면 급성장이 기대되는 보석 브랜드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티파니 인수 타진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업체 매킨지에 따르면 최고급 시계, 핸드백 등 고급 브랜드가 장악한 시장과 달리 다이아몬드 목걸이, 금반지 등 보석 시장에서는 명품 브랜드 비중이 아직 낮다. 주로 수많은 소규모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이 시장에서 명품 브랜드 비중은 2014년 현재 기껏해야 20%를 넘지 못한다.
그러나 성장성은 밝다. 매킨지는 내년이 되면 명품 브랜드 비중이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티파니 인수가 성공하면 LVMH는 중국 위험을 분산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 보석 시장을 장악하고, 2위 명품시장 미국에서 입지도 강화하는 일석삼조를 거둘 수 있다.
그렇지만 FT가 퇴짜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한 것처럼 티파니의 콧대가 높아 인수가 성공할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최근 티피니가 최고경영자(CEO) 교체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어 티 파니가 혹시 매각 의사가 있더라도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불가리, 명품 청바지 브랜드 디젤 CEO를 지낸 알레산드로 보글리올로 티파니 CEO는 2년전 쇠락해가던 티파니 지휘봉을 잡은 뒤 티파니의 또 다른 전성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헤지펀드 제이나 파트너스의 압력에 굴복한 티파니의 경영진 교체가 신의 한수가 되면서 소비자 취향을 따라잡지 못하고, 미국 관광객 유입 감소로 이중의 어려움을 겪었던 티파니는 회생의 기회를 잡은 상태다.
지금은 중국 시장 매장 확대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위안 약세로 중국 소비자들이 해외 여행을 통해 명품을 사들이기보다 국내에서 명품을 사는 일이 더 많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편 우여곡절 끝에 LVMH가 티파니 인수에 성공하면 이는 올들어 유럽 기업의 미 기업 최대 규모 M&A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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