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

대학입시 '사전예고제' 놓고 교육부-대학 갈등 확산...법 규정 모호 해석 여지 논란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대학입시에서 정시비중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입시 사전예고제를 놓고 대학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2024학년도 대입 이전에 정시모집 비율을 확대할 경우 고등교육법상 4년 사전예고제에 저촉될수 있어 자칫 법리 논쟁으로 커질 우려가 높아서다. 사전예고제와 관련한 해당 규정이 모호하게 돼 있어 해석 여부에 따라 정시 확대는 2024년부터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 학교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022 정시확대, 4년 예고제 저촉될까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오는 11월 대학입시 정시모집 확대 관련 대상학교와 구체적인 비율, 적용시기 등이 공개될 예정이다. 적용시점은 2022학년도가 유력하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등이 적용 대상으로 정시비중 확대를 권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현재 추진 중인 정시비율 확대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정시확대 조치가 고등교육법상 4년 사전예고제에 저촉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등교육법 34조의 5에 따르면 △대학입학 시험의 기본방향·과목·평가방법·출제형식 △대학 지원 횟수 △그밖에 대학 입학과 관련한 것으로서 교육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은 4년 전 발표하도록 규정 돼 있다.

하지만 같은 조항 4항에 따르면 각 대학은 1년 10개월 전까지 입학전형자료별 반영비율을 포함한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수립해 발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34조 4항을 적용하면서 정시 비중확대를 2022학년도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치르는 2020학년도 입시와 내년에 적용되는 2021학년도 입시는 이미 각 대학이 시행 계획을 발표해 확정된 상황이라 변경이 어려운 상태다.

하지만 대학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 사전예고제가 '교육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교욱부와 대학이 판단하는 근거가 다른 만큼 앞으로 정시 확대 추진과정에서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가 재정을 투입해 추진하고 있는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추진도 논란거리다. 정시 확대를 국고지원 사업과 연계한다면 대학이 교욱당국의 방침에 따를수 밖에 없어서다. 대학측은 수능정시확대와 관련해 준비 기간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4년 예고제 방식을 따르는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대교협 관계자는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교육부가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시 확대를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 지켜봐야 한다"며 "법적 논리가 부실할 경우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교육청의 자사고 폐지에 행정소송을 한 것처럼 법정으로 갈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현장 붕괴 우려 커져
정시확대 영향에 따라 학교현장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정시모집이 늘면 학생들은 교사들의 교과수업보다 시중에 나온 수능문제집 풀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실력이 모자라는 과목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 다른 과목 문제집을 펼치는 학생들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결국 수업권 침해에 따른 교권 추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신성적이나 교내활동을 주로 평가하는 수시의 경우 학교 교사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지만 정시는 그야말로 수능만 잘 보면 원하는 대학에 입학이 가능하다. 수능시험이 다가올수록 ‘국어 시간에 수학 문제를 풀고, 제2외국어 시간에 국어문제를 푸는 광경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학교현장의 우려다.

교육계 관계자는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잠자는 교실’, '학교의 학원화' 같은 교실 붕괴 현상이 발생했던 것을 잊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고교 교육은 문제풀이 중심으로 또 다시 교실 수업이 붕괴될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