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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대표 비건, 부장관 지명..北최선희와 협상할까?

대북특별대표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
부장관 직무 수행하며 북핵도 계속 다룰 전망
美, 유불리 따라 최선희·김명길 등 선택 가능성

북핵대표 비건, 부장관 지명..北최선희와 협상할까?
10월 3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됐다. 비건 대표는 그동안 미국의 북핵수석대표로 북한의 카운터파트들과 함께 실무협상을 주도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부장관에 지명,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이은 2인자가 됐다. 비건 대표는 부장관 직을 수행하면서 북한 문제는 계속 다룰 것으로 전망돼 향후 비슷한 레벨의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카운터파트'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10월 31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은 비건 대표가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됐다고 밝혔다. 이번 인선은 전임자인 존 설리번 부장관이 주(駐)러시아 미국대사로 옮기면서 자리를 채우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그의 부장관 임명으로 교착상태인 북·미 관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부장관 비건, 최선희와 실무협상 나설까?
비건 대표가 부장관에 오르면서 전보다 격을 높여 최선희 제1부상을 카운터파트로 실무협상을 재개,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안에 전향적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그동안 비건 대표는 실무자인 김혁철 전 대미특별대표·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와 실무협상을 한 바 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차관급 이상의 권한과 상부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큰 상황이다. 실제로 비건 대표는 대북정책특별대표 직을 수행할 때에도 본인이 북핵협상에서 상부로부터 상당한 권한을 위임받았음을 여러 차례 밝혔다.

최 부상 역시 북한의 외교정책에서 직위 이상의 힘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통일전선부에서 넘어온 외무성의 대미협상 주도권을 사실상 전면에서 행사하고 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최고위급으로 알려져 있다.

북핵대표 비건, 부장관 지명..北최선희와 협상할까?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사진=뉴스1
물론 격이 맞다고 해서 곧바로 '비건·최선희 실무협상'이 펼쳐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북한도 어떤 협상 상대와 대화를 하는 것이 유리한 지를 따져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대화를 해왔던 비건 대표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소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은 자신들의 유리하다는 것이 전제지만 기본적으로 격을 맞추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기존 대화 상대였던 비건 대표과 대화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의 실무협상이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양국이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선택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경우 새 대북정책특별대표에 마크 램버트 부대표를 임명, 비건-램버트 체제로 대화에 나설 수 있고 비건 대표에게 현재 임무를 유지시키며 카운터파트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미국이 택할 수 있는 케이스를 언급하며 "최 부상의 경우 급이 높기 때문에 융통성이 있고 협상 경험·전문성도 풍부하지만 자신의 언어로 말을 많이 하는 특성이 있고, 김명길 대사는 딱딱한 측면이 있지만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상당히 합리적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폼페이오 '복심' 비건 승진..북미협상 탄력 가능성은?
현재로선 비건 대표는 부장관이 된 이후에도 계속 북한 문제를 다룰 가능성이 높다. 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의 복심으로 그동안 북핵 문제를 전담해왔고, 대북외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서 앞세워야 하는 중요한 외교적 성과 중 하나기 때문이다.

부장관으로 격이 높아진 비건 대표가 북핵 협상과 대북외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북한 이슈 자체의 격을 높임과 동시에 북·미 협상에 탄력을 줄 수 있다. 미국이 그만큼 북핵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홍민 실장은 "북한의 입장에서 북핵문제를 전담하던 비건 대표가 부장관이 됐다는 것은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들의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나쁠 것이 없을 것"이라며 북·미 협상 측면에서도 긍정적 측면을 내다봤다.

문 센터장 역시 부장관에 오를 비건 대표가 직전 북핵을 전담하던 실무진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북한은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는 미국이 외교정책 측면에서 자신들을 배려하고 있다고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실장은 "비건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일했지만 과거에도 중량감 있는 인사로, 꼭 대북 성과와 결부시키지 않더라도 부장관이 될 수 있는 인물이었다"면서 이번 인사에 담긴 미국의 의중을 과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내다봤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