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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푸조 합병후 앞날은 ‘가시밭길’… 해결 과제 산더미

연간 37억유로 비용절감 약속
낡은 생산라인·신기술 투자 부족
미국시장에만 편중·중국 실패 등
어려운 숙제에 벌써부터 ‘골머리’

피아트·푸조 합병후 앞날은 ‘가시밭길’… 해결 과제 산더미
이탈리아와 미국 합작 자동차 업체 피아트 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푸조가 사실상 합병을 성사시켰지만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해결해야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호언장담한 대규모 비용절감부터 피아트의 낡은 자동차 모델, 투자부족, 미국에만 편중된 시장 의존도, 중국 실패, 그리고 무엇보다 피아트의 이탈리아 과잉설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양사간 합병이 사실상 결정됐지만 합병사가 헤쳐나아가야 할 길은 가시밭 길이라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WSJ은 특히 1998년 합병했다가 고전만 가듭한 끝에 결국 2007년 결별했던 독일 다임러의 크라이슬러 인수 실패 사례를 지적하며 피아트와 푸조가 합병 이후 과연 시너지 효과를 낼 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합병을 통한 시장지배력 확대를 발판으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푸조의 장담이지만 자동차 업체들이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고도 마진은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50대 50 지분 교환을 통해 합병하기로 한 양사는 합병사 회장에 존 엘칸 피아트 크라이슬러 회장을, 최고경영자(CEO)는 푸조에서 능력을 입증한 카를로스 타바레스 푸조 CEO가 맡기로 합의한 상태다. 합병사 CEO로 내정된 타바레스는 그러나 벌써부터 골머리를 앓게 됐다. 풀어야 할 숙제가 산처럼 쌓인데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문제는 피아트 크라이슬러가 안고 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는 신차종 없이 이전 모델만으로 버티고 있는데다, 신기술 투자도 게을리해왔다. 게다가 북미시장 한 곳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유럽에서는 피아트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만 그나마 명함을 내미는 수준이다.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함께 푸조가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도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 된 중국 시장에서 양사 모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타바레스는 또 양사가 합병하면서 내세운 연간 37억유로 비용절감 약속도 지켜야 한다. 양사는 원칙적으로 더 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좀 더 유리한 공급계약을 통해 약속을 달성한다는 계획이지만 실현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제프리스의 필리페 후초이스 애널리스트는 양사의 합병을 크게 환영하면서도 비용절감 계획에 대해서는 "장부상으로는 훌륭하지만 실행하는데는 까다로울 것"이라고 비관했다. 타바레스가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는 그러나 이탈리아의 피아트 공장이다. 자동차도 많이 팔리지 않아 공장 절반 가까이가 개점휴업 상태인 점을 해결해야 한다.

앞서 지난해 타계한 피아트의 전설적인 CEO 세르조 마르키온네도 이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자동차시장 조사 업체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피아트 크라이슬러의 이탈리아 공장 설비 가동률은 57%에 그치고 있다. 미 공장 가동률이 88%인 것과 대조적이다. 마르키온네 전 CEO는 공장폐쇄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거센 정치적 압력과 지금은 힘이 많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노동조합의 반발 속에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공장 한 곳을 정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는 다른 공장들을 폐쇄하는 대신 다른 이탈리아 업체들처럼 임시 해고로 대응했다. 피아트 노조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은 양사 합병 소식이 전해진 전날 어떤 합병이라도 '이탈리아 공장의 완전고용과 완전가동'이 보장돼야 한다고 못박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합병 협상이 피아트 크라이슬러에 유리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날 피아트 크라이슬러 주가는 9% 급등한 반면 푸조 주가는 13% 폭락했다. CMC 마켓츠의 마이클 휴슨 애널리스트는 "지난 5년간 푸조 경영진의 성과를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반응"이라면서 "반면 피아트 크라이슬러 경영진은 낡은 생산라인을 고수하면서 혁신도 거의 이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