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보다 한발 앞선 北 미래푸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개발
북한 식품가공업 큰 기둥 차지
세계 대체육 시장 먼저 진출한 셈
2030년엔 100조규모 성장 전망
롯데푸드·CJ 등 제품경쟁 치열
지난 해 한반도 해빙무드가 무르익으면서 '북루오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북한=블루오션'이라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싶어한다. 북한은 정말 블루오션일까. 답은 우리에게 달려있을 수도 있다. 막연한 관심이 아닌 북한을 시장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보자는 것이다.북한은 올해 헌법을 바꾸고 시장화로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국가소유이던 기업에 가격제정권과 판매권 등 재량을 줬고 비공식적이지만 소유권도 인정하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이같은 형태가 가속화되면 정부 간에서 나아가 산업간, 기업간 경제 협력도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다. 베일에 쌓인 북한, 북한 경제, 북한의 시장화를 하나하나 알아가보려 한다. 북한 내 시장화 현상을 소개하고 가능하다면 사업 포인트에 대해서도 나눠보자는 취지다. 훗날 북한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아이디어가 되길 바란다.
북한 소식통이 보내온 인조고기 모습. 두부와 같은 질감의 인조고기 안에 밥이 들어 있고 그 위에 양념장을 발랐다. 사진=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올 한 해 국내외에서 가장 핫했던 시장 중 하나는 대체육류 시장이다. 대체육류는 고기 없이 고기의 맛과 질을 내는 식물성 식품을 의미한다. 주로 두부나 밀 등 곡류로 만들 수 있다. 비인도적인 가축 사육과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각종 바이러스에서 탈피하자는 취지로 전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는 시장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20여조원 규모의 이 시장은 2030년께엔 약 1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 핫한 시장에 북한이 미리 진출(?)해 있어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북한의 국민음식이라고 불리는 인조고기와 이걸로 만든 인조고기밥이 그것이다. 콩으로 만든 건데 고기 맛이 나서 인조고기라고 불린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먹을 것이 없어 콩기름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를 갖고 만든 데서 유래해 지금은 당당히 북한 식품가공업의 큰 기둥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 소식지 임진강에 따르면 흥미롭게도 인조고기 생산에 분업 구조도 도입돼 있다. 배급사회인 북한의 새로운 모습이다. 인조고기 생산업자가 10명 남짓 고용원을 고용해 인조고기를 생산하면 인조고기 식당은 이를 원료로 받아 인조고기밥을 만든다. 장마당에 드나드는 음식 장사들이 이를 받아서 시장에서 판매한다. 식품가공업과 음식업이라는 비공식 사기업 활동이 연계돼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채널이 구축돼 있는 것이다.
맛은 어떨까. 탈북자들은 북한의 인조고기와 인조고기밥이 맛과 질에서 고기에 뒤쳐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최근 한국으로 넘어온 한 탈북자의 말로는 인조고기밥은 호불호없이 북한 주민 누구나가 즐겨먹던 식품이라고 한다. 두부나 유부 혹은 어묵 모양의 인조고기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먹는다. 가장 기본은 유들유들하고 담백한 맛 자체로 즐긴다고 한다. 돼지고기나 소고기 등 실제 육고기들을 첨가해 비벼 먹을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북한 콩은 좋은 품질로 유명하다. 또 북한 당국의 콩 사랑도 널리 알려져 있다. 다양한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고 기후와 지형에 큰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내 농업 취약지인 량강도를 비롯해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지대에서도 경작이 가능하다. 최근엔 '띄운콩(낫또)' 종균 생산을 포함해 콩 관련 종합 식품가공공장을 인민군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짜고기 경쟁이 한창이다.
롯데푸드는 통밀에서 순식물성 단백질만 추출해 고기의 근섬유를 재현한 식물성 고기를 선보여 현재까지 4만여개를 팔았다. 롯데리아도 대체육을 사용한 리아 미라클 버거를 시범 판매했고, CJ제일제당도 관련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북한 인조고기가 이들 한국 업체들, 나아가 글로벌 대체육류 제조기업 비욘드 미트나 임파서블푸드와 겨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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