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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여성만 채용한 직군 정년, 男과 다르게 규정했다면 ‘성차별’“

대법 “여성만 채용한 직군 정년, 男과 다르게 규정했다면 ‘성차별’“


[파이낸셜뉴스] 여성만 채용한 직군의 정년을 남성만 채용한 직군의 정년과 다르게 규정한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성차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씨 등 국가정보원 소속 계약직 근로자 3명이 국정원을 상대로 제기한 공무원지위확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A씨 등은 1986년 국정원 기능 10급 국가공무원으로 공채 채용돼 출판물 편집 등을 담당하는 '전산사식 직렬'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1999년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으로 A씨가 속한 전산사식을 포함해 전화교환 등 6개 직렬이 폐지되면서 A씨 등은 의원면직됐지만 그해 계약직 직원으로 다시 채용돼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같은 업무를 계속 수행했다.

2008년 A씨와 B씨는 '국가정보원 계약직직원규정'에서 정한 전산사식의 근무상한연령인 만 43세가 됐다. 부칙에 따라 2년 더 근무한 A씨와 B씨는 2010년 퇴직했다. 이후 A씨 등은 “1999년 직렬폐지는 무효로, 정규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미지급 임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직렬폐지를 무효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2011년 12월 패소가 확정됐다.

그러자 A씨 등은 이듬해 5월 “국정원 계약직직원규정에서는 여성들만 종사하는 전산사식 직렬의 경우 근무상한연령을 만 43세로 규정하고 남성들만 종사하는 직렬의 경우 근무상한연령을 만 57세로 규정함으로써 양성평등에 위반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며 ”전산사식 직무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43세로 정한 것은 여성들로 하여금 조기퇴직 하도록 부당하게 낮은 정년을 정한 것으로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성차별로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퇴직 및 해고에서 남녀를 차별해선 안된다‘고 규정한다.

1심은 A씨 등이 속한 전산사식 직렬의 근무상한연령을 만 43세로 정한 규정이 양성평등에 반하는 위법한 규정이라 단언할 수 없으며, 달리 국정원이 근무상한연령을 정하는 데에 있어 성별을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했다거나 남녀를 차별했다고 인정할 만한 별다른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은 A씨 등의 항소를 기각, 1심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원심은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로 운영돼 온 전산사식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사실상 남성 전용 직렬로 운영돼 온 다른 분야의 근무상한연령보다 낮게 정한 데에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심리·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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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