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포커스] 시흥 자살예방, 마을이 책임진다

[포커스] 시흥 자살예방, 마을이 책임진다
임병택 시흥시장. 사진제공=시흥시


[시흥=파이낸셜뉴스 강근주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대한민국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6.6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시흥시민 자살률은 경기도 31개 시-군 중 11위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시흥시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시흥경찰서-시흥소방서 등과 협력해 관내 자살 사망자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결과, 위험에 노출된 핵심 고위험 대상군은 경제적 문제가 있는 30~50대 남성이며, 원룸에 사는 1인 가구로 나타났다.

2013년 자살예방센터를 개소한 시흥시는 체계적인 자살예방정책을 추진하며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보호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전국 최초로 박스 포장형 번개탄을 판매하고, 마을주민 전체가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시흥시는 올해 9월 ‘2018년 자살예방시행계획 추진실적 우수 기초지자체 평가’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았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11일 “함께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누며 ‘자살’ 문제를 ‘살자’ 논의로 바꾸겠다”며 “단 한 명의 소외되는 이웃 없이 모두가 행복한 시흥이 될 수 있도록 자살예방운동에 시민의 많은 관심과 동참을 바란다”고 요청했다.

[포커스] 시흥 자살예방, 마을이 책임진다
시흥시 번개탄 포장용 상자. 사진제공=시흥시

◇ ‘생명사랑 실천가게’ 42개 운영

번개탄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살도구인데다 일부 유명인이 번개탄으로 자살을 시도하면서 모방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시흥시는 2015년부터 전국 최초로 번개탄 상자 보급을 진행해 왔다. 시흥시는 관내 번개탄 판매업소와 ‘생명사랑 실천가게’ 협약을 맺고 번개탄 상자를 무료로 보급했다. 상자에는 자살예방을 위한 문구와 자살 위기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연락처를 표시했다.

구매자 현황 파악을 통해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굴할 수 있게 됐고, 고위험군이 번개탄에 물리적·심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사전에 제한할 수 있다. 또한 자살예방센터와 연계해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면서 번개탄 자살사망을 줄이고 있다. 특히 시흥시는 올해 생명사랑 실천가게를 13개 추가해 총 42개를 운영 중이고, 번개탄 상자 1700여개를 배포해 번개탄 판매개선 캠페인을 확대하고 있다.

◇ 마을주민 30명 ‘생명사랑지킴이단’ 활동

자살 사망자는 대체로 자살시도 전에 언어나 정서상태 등 다양한 징후를 드러낸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는 이런 점을 고려해 실질적인 자살예방 대안 중 하나로 게이트키퍼(Gatekeeper) 활동을 추천한다.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는 자살위험에 처한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전문가에서 연결해주는 사람이다.

시흥에도 게이트키퍼 역할을 수행하는 ‘생명사랑지킴이단’이 있다. 올해 신규단원 7명을 포함해 총 30명의 주민이 활동 중이며, 주변인이 위험신호를 보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다. 매주 보건소와 주민센터, 경로당 등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마음건강 이동상담’을 통해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연계하고, 월 2회 번개탄 판매개선 캠페인에 모니터링 요원으로 참여하며 자살 유해환경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들은 주기적인 역량강화교육 등을 통해 자살예방 전문가로서 역량을 키우고 생명존중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생명사랑지킴이단은 시민 누구나 단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포커스] 시흥 자살예방, 마을이 책임진다
시흥시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교육. 사진제공=시흥시

◇ 자살예방센터 게이트키퍼 2761명 양성

시흥시자살예방센터는 청소년-청년-시민 등으로 그룹을 나누고 연령대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자살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인증 프로그램을 활용해 자살위험 신호의 신속한 인지, 전문상담 및 치료서비스 연계 방법 등을 교육한다.

청소년 교육은 교육청과 연계해 관내 초-중-고등학교 학생과 학교밖청소년을 대상으로 추진한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함께 참여할 수 있다.

청년 교육은 관내 대학교, 사회복무요원, 군부대 등에서 대상자를 모집하고, 교육과 더불어 정신건강검사를 진행하며 자살 고위험군 발굴에 힘쓰고 있다. 발굴된 고위험군은 상담, 치료비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민 교육은 자살 고위험군과 접촉 횟수가 많은 공무원, 소방관, 경찰 등 직업군을 비롯해 통-반장, 노인 등을 중심으로 진행하며 게이트키퍼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시흥시자살예방센터는 그동안 205회에 걸쳐 1만5043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자살예방교육을 진행(10월31일 기준)했고, 2761명의 게이트키퍼를 양성했다. 또한 관내 85개 초-중-고의 절반 가량인 45개교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포커스] 시흥 자살예방, 마을이 책임진다
시흥시 중장년 자살예방 프로그램. 사진제공=시흥시

◇ 골드케어 ‘중장년-노인 힐링프로젝트’ 집중

중장년기는 자녀 진학, 실직, 부모 죽음 등 주변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로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요소가 많다. 실제로 작년 시흥시민 자살자 수는 40~50대가 가장 많다. 중장년층 자살예방을 위해 시흥시는 10월23일부터 매주 1회 힐링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전문가 위주의 권위적·수직적 치유에서 벗어나 이미 치유를 경험한 주민이 또 다른 주민을 치유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 ‘내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밥상’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위로하고 공감하는 치유의 시간을 진행한다. 시흥시민과 시흥 소재 직장인은 누구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한국은 2017년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자살률 또한 급증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시흥시는 이에 따라 ‘온기 더하기’와 ‘다정다감’ 등 효이음 프로그램을 통해 우울감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16년부터 노인 방문이 많은 관내 약국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약사가 게이트키퍼로 활동하며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예방하는 ‘골드케어’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시흥시자살예방센터, 24시간 자살예방상담전화, 정신건강 상담전화, 희망의 전화, 생명의 전화, 청소년 전화 등에 연락하면 전문가들이 24시간 상담을 해준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