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공식 외교문서인 '2019년도 외교백서'에 기술
국제사회 여론 호도 목적인 듯
국내에선 경기도가 지난해 처음으로
위안부 대신 성노예라는 용어 사용키로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소녀상이 시민들이 입혀준 목도리를 하고 있다.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정부가 공식 외교 문서인 외교청서(외교백서)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를 성노예라고 표현하는 건 사실에 반한다며 사용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 이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한국 정부도 모두 확인한 사항이라고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어, 위안부 용어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일본 정부가 발간한 외교청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위안부 관련 부분에 발견한 자료 중 군이나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나타내는 기술은 보이지 않는다며, 성노예라는 표현은 사실에 반하므로 사용해선 안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정부 당시인 지난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협정 때 한국 측도 모두 확인한 사항으로, 이 합의에서도 이 용어가 일체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마치,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니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한국도 그대로 수용한 것처럼 해석되게 하는 대목이다. 일본 정부의 이런 태도는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을 부정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호도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국내에선 일반적으로 피해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위안부(comfort women)'라는 용어로 순화해서 사용하고 있으나, 유엔 등 국제사회의 영어식 표현은 성노예(sexual slavery)다. 한국 정부는 그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용어를 써왔다. 피해자들 중엔 성노예라는 명칭이 그들의 존엄을 다시 한 번 짓밟는 용어라며 강한 거부감을 보인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그간 '성노예'라는 용어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을 검증한 한국 측 태스크포스(TF)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앞으로 '성노예'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달했었다. 비공개 요청사항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한국 정부는 "이 문제에 관한 공식 명칭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뿐임을 재차 확인"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이 보고서는 적고 있다. 이런 태도는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니라는 식의 해석을 낳게 할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 외교당국은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국도 확인했다는 일본 측의 주장에 대해 위안부 합의 당시 그 문제에 관한 우리 정부의 공식 명칭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였을 뿐 성노예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근 국내에선 위안부 대신, 성노예라를 용어를 써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이 점을 주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경기도는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중에선 처음으로 도의 공문서에 위안부 대신 성노예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조례를 통과시켰다. 당시 경기도 의회는 1996년 유엔 인권위원회와 1998년 유엔 인권소위원회 특별보고관의 보고서에서 '일본 및 일본군에 의한 성노예(Military Sexual Slavery by Japan)'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며, 이 용어가 문제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국제용어로 인정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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