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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 시위대에 또 사격...반정부 시위로 도심 '아비규환'

홍콩 경찰, 시위대에 또 사격...반정부 시위로 도심 '아비규환'
11일 홍콩섬 북동부 사이완호 지역에서 반정부 시위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경찰(왼쪽)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검은 옷의 청년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청년은 이날 실탄 1발을 맞아 후송됐으나 위독한 상태라고 알려졌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난 5개월 동안 이어진 홍콩의 반정부 시위가 중국 정부의 전면 개입 선언 이후 보다 무자비해진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더욱 격렬해질 전망이다. 점차 기세를 잃어가던 시위대는 경찰이 또다시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한 가운데 도심에 바리케이드를 쌓았고 홍콩 시내는 이와 더불어 지하철 폐쇄와 방화, 최루탄 등으로 다시금 아비규환에 빠졌다.

1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0분 무렵 홍콩섬 북동부 사이완호 지역에서는 홍콩과기대 2학년이었던 차우츠록을 추모하는 시위가 열렸다.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된 시위 영상을 보면 당시 3명의 교통경찰들이 교차로에 무거운 물건을 던져 길을 막으려던 시위대와 충돌하고 있었다. 이때 한 경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시위자에게 리볼버 권총을 뽑아 들었고 곧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몸싸움 와중에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이 또 접근하자 다가오는 청년의 복부를 향해 실탄 1발을 발사했고 이후 다른 시위자가 총을 빼앗기 달려들자 실탄 2발을 더 쐈다. 복부에 총을 맞은 청년은 21세 남성으로 인근 병원에 후송됐으나 위독한 상태이며 총에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시위자는 생명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경관 1명이 업무 중에 자신의 리볼버를 발사했으며 남성 1명이 맞았다"고 발표했다. 이어 경찰들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소문에 대해 "완전히 거짓말이며 악의적이다"고 주장했다. 홍콩 경찰이 시위대에게 실탄을 쏜 것은 지난달 1일과 4일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앞서 2차례의 경우는 적어도 시위자가 흉기를 들고 있었거나 경관이 홀로 포위된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는 경찰이 대낮에 비무장 시위자를 조준 사격했다.

홍콩 시위는 이번 사건이 온라인으로 생중계되면서 보다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총에 맞은 청년이 입원한 완차이 지역 종합병원의 직원들은 이날 로비에 모여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앞서 같은날 오전 차우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위대는 도심인 센트럴에 바리케이드를 쌓아 출근길 교통을 막았고 지하철 항하우역에서는 지하철에 불을 질렀다. 차우는 지난 4일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최루탄을 피하려다 주차장 건물 3층에서 아래층으로 떨어져 나흘 뒤에 결국 숨졌고 9일에는 주최 추산 10만명이 도심에 모여 그를 추모했다.

추모는 시위로 바뀌어 10일에만 88명이 체포됐고 11일 오전에는 22개 홍콩 지하철역이 폐쇄됐다. 같은날 홍콩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도심을 점거한 시위대와 대치했고 도심 내 일부 중국계 은행과 상점들이 시위대의 습격을 받아 부서졌다. 같은날 차우가 재학중이던 홍콩 과기대와 중문대 등 주요 대학들의 학생들은 일제히 수업을 거부하고 캠퍼스에서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했다.

홍콩 안팎에서는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중국 정부가 이달 24일 열리는 구의원 선거를 미루거나 취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콩 경찰은 이미 지난 9일까지 민주파 입법원 의원 6명을 체포했으며 11일에도 시위 현장에서 민주당 에디스 룽 의원을 체포했다.
AP통신에 의하면 민주파 의원들은 홍콩 정부가 선거 연기를 위해 일부러 시위를 과잉진압하여 폭력사태를 유발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말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 이후 홍콩에 대한 전면적 통제권을 발동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이날 현지에서는 홍콩 정부가 12일을 기해 계엄령을 선포한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정부 측은 추가적인 혼란을 부추기지 않겠다며 이를 부인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