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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활동가 "이번 운동의 어두운 면은 경찰 폭력"

홍콩 시위 활동가 "이번 운동의 어두운 면은 경찰 폭력"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얀 호 라이(Yan Ho Lai) 홍콩민간인권전선 부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2019.11.11/뉴스1 유경선 기자 © 뉴스1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유경선 기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며 시작된 홍콩 민주화 시위에서 최근 20대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태에 빠진 가운데, 홍콩 활동가가 한국을 방문해 "이번 홍콩 운동의 어두운 면은 경찰의 폭력"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홍콩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얀 호 라이(Yan Ho Lai) 홍콩민간인권전선 부의장을 초청해 '홍콩 활동가에게 듣는 홍콩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얀 호 라이 부의장은 이날 "홍콩이 현재 하고 있는 운동은 하나는 민주와 자유의 쟁취고, 하나는 경찰폭력의 반대"라며 "경찰 폭력에 제한이 없으면 민주와 자유도 쟁취할 수 없다. 우리가 요구하는 5개 요구 중 3개도 경찰 폭력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얀 호 라이 부의장은 홍콩 시민사회단체 모임인 '민간인권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다. 민간인권전선은 홍콩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지미 샴(岑子杰) 민간인권전선 대표는 지난달 16일 길을 지나던 중 괴한들에게 쇠망치로 공격당한 바 있다.

라이 부의장은 "(홍콩 경찰이) 최루탄과 고무탄, 실탄, 물대포차를 다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시위대를 적으로 보는 것인데 경찰의 곤봉은 원래 머리를 때리지 않아야 하고 필요 없는데 (계속 사용하는 건) 복수를 위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르완다 학살 때 쓰인 방법도 사용한다"며 "(시위대를)바퀴벌레라고 부르고 보이 는대로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 부의장은 또 제도적인 폭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홍콩 제도는 경찰에 무제한적인 권력을 주고 있다"며 "공중질서를 파괴한다고 판단되면 노래만 불러도 체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증거는 없지만 구치소 안에서 여성과 남성을 불문하고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이러한 경찰의 폭력에 대해 한국은 특히 이해도가 높을 것이라며 홍콩과 한국과의 연대에 대해서도 언급하기도 했다.

라이 부의장은 " 경찰의 폭력 문제를 미국이나 영국에 가서 이야기하면 경찰권의 문제지 민주의 문제라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무기를 쥔 이가 권력을 남용하면 어떻게 민주를 저해하는지 한국은 잘 알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한국은 사회운동의 경험과 자원이 많다"며 "인권문제에 관심이 있는 한국 변호사나 한국의 의사들, 기자들이 홍콩의 단체들과 연대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그는 "계엄 상태도 아니기 때문에 공항도 이용 가능하다"며 "최루탄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최루탄에 익숙하지 않느냐"며 농담 섞인 어조로 한국 사람들에게 홍콩과의 연대를 부탁하기도 했다.


한편 24주 연속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홍콩은 이날 오전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은 뒤 '준전시 상태'까지 치닫고 있는 상태다.

앞서 11일(현지시간) 오전 홍콩 시위에서 발생한 첫 사망자를 추모하는 집회에서 20대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이후 분노한 시위대가 시내 곳곳에서 불을 지르고 벽돌을 던지면서 도시 전체가 전쟁터로 변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