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보호 어쩔 수 없어" "고객 불편 생각을"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소재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구매한 과일 등을 종이박스에 담고 있다. 사진=김문희 기자
"급하게 장을 보러 오게되면 어떡하죠? 그 때마다 종이박스 대신 종량제 비닐봉투를 사야겠네요."
일부 대형마트에서 내년부터 종이박스 포장이 제한됨에 따라 비닐봉투에 이어 또 한번의 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4월 전국 대형마트를 비롯한 대규모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 사용을 전면 금지하면서 '속 비닐'을 두고 혼란이 빚어진 가운데 종이박스 포장까지 제한해 소비자의 불편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대형마트들은 각종 홍보 및 대체 장바구니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소비자 편의를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대형마트 겨냥 또 다른 규제?
15일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 4곳(농협하나로유통,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은 지난 4월 환경부와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협약은 종이박스 자율포장대를 없애 불필요한 폐기물 발생을 성공적으로 줄인 제주지역 대형·중형마트 사례를 전국으로 확대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비자가 필요로 할 경우 현재 무료로 제공되는 종이박스를 구입할 수 있게 하고, 장바구니를 대여해주는 방식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종이상자 제공 등으로 장바구니 이용이 저조했다"며 장바구니 이용이 저조한 원인으로 종이박스 포장을 꼽았다. 이 관계자는 "종이박스 자율포장대 운영으로 포장용 테이프나 끈 등 플라스틱 폐기물이 불필요하게 지속적으로 발생해 2차 환경오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지침이 환경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소비자 편의는 뒷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 종이박스 포장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테이프 대신 재활용 가능한 종이 테이프 등 대체품에 대한 파악이나 소비자 대상 설문조사 없이 '폐기물 감소'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또 '자발적 협약'이라는 점을 강조해 대형마트를 겨냥한 또 다른 규제는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자율포장대 관련 사항은 정부지침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체결한 협약에 따른 것"이라며 "마트업계와 3차례 회의를 통해 협약문을 함께 작성한 것으로, 강제성을 띄지도 않을 뿐더러 처벌조항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자율포장대는 대형마트가 물품을 다량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편의 서비스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자율포장대가 사라질 경우 소비자들은 종이박스를 대체할 운반수단이 사라져 온라인 쇼핑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고 소비자들은 말한다.
■고객 불편 최소화 노력하지만…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대형마트에 아이와 함께 장을 보러 나선 최모씨(34·여)는 "종이박스 사용 제한에 대해 몰랐다. 종이박스 포장이 안되면 앞으로는 소량 구매를 할 수 밖에 없겠다"며 "차라리 앞으로는 온라인으로 구매 해야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같은 날 서울 중구의 다른 대형마트에서 종이박스 포장을 하던 한 여성은 "자율포장대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물건을 담는데 사용 후 재활용센터에 잘 분류해 버리면 되지 않냐. 이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평소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기는 하지만 오늘처럼 급하게 장을 보러 올 경우, 때마다 비닐봉투를 구매할 수 없어 종이박스 포장을 이용했는데 아쉽다"고 했다.
대형마트 측은 이 같은 정부 지침에 따라 자체적으로 자율포장대 운영 중단 관련 홍보 포스터를 제작해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자율포장대를 동일하게 운영하고 있고, 내년 1월1일부터 시행에 앞서 홍보기간으로, 10만원 이상 구매시 장바구니를 증정하는 행사도 진행했다"며 "지난 1일부터 56리터 크기의 대형 장바구니를 3000원에 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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