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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으로 줄인 소득격차…'경기 바로미터' 자영업자는 최악[3분기 가계동향조사]

사업소득 증가율 -4.9% 역대 최저
소득 줄며 빚으로 버티는 상황
반면 하위 20%는 살림살이 개선
근로장려금·기초연금 등 영향

나랏돈으로 줄인 소득격차…'경기 바로미터' 자영업자는 최악[3분기 가계동향조사]

자영업 가구의 소득이 통계작성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가뜩이나 자영업황이 부진한데 치열한 경쟁은 그대로여서다. 정부가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해 각종 현금성 복지정책을 폈음에도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자영업자들의 몰락 속도가 워낙 가팔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득분배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징후가 함께 포착됐다는 점을 들어 "소득주도성장, 포용성장의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2015년 4·4분기 이후 처음으로 1~4분위(하위 80%) 모두 5분위(상위 20%)보다 높은 가구소득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퍼주기 정책'으로 가계소득을 늘린 것은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로 볼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높았다.

■자영업자 가구소득 증가율 최저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4.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3년 통계작성이 시작된 이래 최저치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근로소득은 4.8% 늘었지만, 사업소득 증가율이 -4.9%를 기록하면서 전체적인 소득은 2.7%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자영업황 악화가 전체 가구소득의 증가세를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시기 전체 가구소득 증가세는 1년 전(4.6%)과 전 분기(4.2%)보다 둔화됐다.

자영업 가구가 아래 분위로 이동하는 추세도 포착됐다.

1·2분위(하위 40%)의 근로자외가구(자영업자) 비중은 1년 전보다 각각 3.5%포인트, 1.8%포인트 늘었다. 이에 따라 1·2분위의 사업소득도 각각 11.3%, 15.7% 늘었다. 반대로 4·5분위(상위 40%)에서는 근로자외가구 비중이 줄어들었다. 사업소득도 각각 -10.0%, -12.6%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소득이 줄어든 자영업자들은 빚으로 버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기업대출 중 자영업자들이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 9월말 기준 332조3000억원이다. 1년 전(309조1000억원)보다 23조2000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 5곳의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한 달 전보다 2조198억원 늘어난 237조4274억원이었다.

■현금성 복지정책이 소주성 성과?

올해 3·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2.7% 늘어난 487만7000원을 기록했다. 여타 소득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건 이전소득이다. 1년 전보다 8.6% 늘었다. 특히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발생한 공적이전소득이 1년 전보다 19.7% 증가했다. 박 과장은 "정부에서 올해 3·4분기 들어 EITC를 시행하면서 이번 조사에서 EITC 수혜를 받은 가구가 1~3분위에서 많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EITC는 정부가 일정 소득 이하의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 가구원 구성과 총급여액 등에 따라 산정된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가구의 이전소득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월평균 소득 하위 20% 가구(4.3%)가 상위 20%의 소득 증가율(0.7%)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이후 2017년 2·4분기를 제외한 모든 분기에서 하위 20%의 소득 증가율은 상위 20%를 넘긴 적이 없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부가 일관성 있게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 포용성장의 효과가 지난 2·4분기에는 시현되는 조짐을 보였다면 이번 3·4분기에는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금성 복지정책과 단기 일자리 공급으로 이전소득과 복지소득이 각각 늘었지만, 이를 진정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벌어서 일자리가 생기고 소득이 늘어나야 하는데 정부 보조에 의해 소득이 증가했다"며 "일종의 '배급시대'라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