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코리아세븐 제공)
[파이낸셜뉴스] 최근 편의점 업계가 연달아 비건 간편식을 출시했다. CU가 업계 최초로 스타트를 끊었다.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채식 도시락과 버거, 김밥을 만들었다. 세븐일레븐이 식물성 고기로 만든 만두, 비건 햄버거와 김밥을 내놓으며 그 뒤를 이었다.
식품업계가 내놓은 '채식 라면'도 있다. 농심은 지난 10월 육류를 사용하지 않은 쌀국수볶음면을 출시했으며, 오뚜기는 최근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한 채소라면을 선보였다.
평소 고기 없이는 절대 밥을 먹지 않기에 채식의 '채'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비건 간편식이라니, 그리고 채소만으로 만들어진 라면이라니.. 왠지 귀가 솔깃해졌다.
■ 아직 찾기 힘든 편의점 비건 간편식.. 채식 김밥의 맛은?
편의점에서 구매한 채식 김밥 2종 / 사진=이혜진 기자
비건 간편식을 출시했다는 두 편의점의 점포들을 돌아다니며 구매를 시도했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회사 근처의 편의점에서는 관련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비건 간편식을 발주하지 않은 점포가 대부분이었다. 퇴근길에 들른 편의점에서 어렵사리 채식 김밥을 구할 수 있었다. CU의 '채식주의김밥'과 세븐일레븐의 '버섯콩불고기김밥'이었다.
두 업체의 김밥 포장지는 비슷한 느낌을 줬다. 채소를 상징하는 녹색이 사용됐으며, '비건'과 'No Meat' 등 채식을 알리는 로고가 크게 새겨져 있었다. 성분표에도 고기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채식주의김밥'에는 유부, 시금치, 우엉, 당근, 깻잎이 '버섯콩불고기김밥'에는 콩고기, 버섯, 당근, 단무지, 파프리카가 들어있었다.
버섯콩불고기김밥 / 사진=이혜진 기자
먼저 버섯콩불고기김밥부터 맛을 봤다. 보통은 소고기나 불닭 등 고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콩고기와 버섯이 큼직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용기 내어 입에 넣어보니 콩고기 특유의 식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또 다른 특징은 버섯의 향이 제법 강하다는 것이었다.
다음은 유부김밥의 차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콩고기 대신 유부를 넣은 것은 좋은 선택 같았다. 유부가 나머지 재료들과 맛이 잘 어우러졌지만 딱히 특색이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두 채식 김밥 모두 고기나 햄, 달걀 등의 육류·육가공품이 들어가지 않아 감칠맛이 덜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기존 편의점 김밥의 맛과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몇 번을 먹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콩불고기의 맛과 식감만 이겨낸다면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채소라면', 내 몸에 죄책감이 들지 않는 건강한 맛
채소라면 / 사진=이혜진 기자
이번엔 버섯, 무, 마늘, 청경채 등 10가지 채소로만 만들어졌다는 채소라면을 먹어봤다. 기대를 가득 안고 라면을 끓여 면발과 국물을 입에 넣었다. 제품 소개대로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기존 라면보다 자극적이지 않았으며 짠맛도 덜했다. 라면은 건강을 해치는 맛에 먹는 건데, 몸에 죄를 짓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나도 모르게 국물을 전부 마셔버렸다.
플레이크는 기존 라면과 크게 다른 점이 느껴지지 않았다. 라면스프의 베이스로 주로 사용되는 소고기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이정도 감칠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신기했다. 다만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아 매운맛이 덜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사진=픽사베이
건강, 동물권, 환경 보호 등 저마다의 이유로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지난 2008년 15만 명이었던 국내 채식 인구는 지난해 150만~200만 명 규모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이 추세에 맞춰 식품 업계가 채식 인구를 위한 제품 생산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번에 소개한 제품들 외에도 비건 간편식, 채식 라면,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가공식품들이 제법 많이 늘었다.
체험을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아무래도 기존 고기보다 맛이 덜할 수밖에 없는 '콩고기'였다. 20년 뒤인 2040년에는 인간이 소비하는 육류의 60%가 배양육·식물성 대체 육류 등으로 대체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식품업계가 연구를 거듭해 더 맛있는 고기를 만들어냈으면 한다.
육식(?)을 하는 사람들만 맛있는 음식을 먹으라는 법은 없다. 채식을 하는 외국인들에게 우스갯소리로 "한국을 찾아가보라"고 할 만큼 국내에는 채식에 활용할 수 있는 재료의 폭이 넓다. 채식 인구는 물론 '고기' 없이는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채식에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채식 식품의 선택지가 더욱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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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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