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베이징=조창원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에 서명하면서 미중 관계도 중대 분수령을 맞게 됐다. 당장 타결에 속도를 내온 미중 무역협상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나아가 중국이 견제해온 일국양제에 미칠 파장도 커서 양국 관계 재설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중 관계 파열음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 정부가 강도높게 반대해온 홍콩인권법안에 서명했다. 서명과 거부 가능성이 제기돼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서명을 선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하면서 낸 성명의 톤을 들여다보면 그의 고심을 읽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중국과 시진핑 주석, 홍콩 시민에 대한 존경을 담아 이 법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법안은 중국과 홍콩의 지도자와 대표자들이 서로의 차이를 평화적으로 극복해 오래도록 평화와 번영을 누리기를 희망하며 제정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정치권과 중국 양쪽의 눈치를 본 정황이 묻어 있다. 실제로 탄핵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이 모두 강력히 지지한 홍콩인권법안을 거부할 처지가 안된다. 반대로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타결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반대해온 홍콩인권법안 서명이 쉽지 않은 선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인권법 서명은 결국 양국 관계에 깊은 골을 만드는 계기가 될지 우려된다. 중국이 대외 외교의 절대원칙으로 삼아온 일국양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인권법안 서명을 계기로 심각하게 균열됐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서다.
중국 외교의 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전 미국 국방장관인 윌리엄 코언을 만난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에 서명한 것은 미친 짓"이라며 강한 수위의 톤으로 미국을 맹비난했다. 그는 특히 "홍콩 인권법은 양국의 상호신뢰를 깨트릴 것이며, 양국관계를 심각하게 해친다"며 "중미 관계가 임계점에 이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무역협상 중단 등 보복조치 주목
당장 중국이 미국을 향해 취할 구체적인 보복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측이 고집스럽게 행동하지 않길 권고하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반드시 결연히 반격할 것"이라면서 "이로 발생하는 모든 결과는 미국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이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법안 서명시 보복하겠다는 입장을 공언해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보복 수단이 거론된 적은 없다. 홍콩 문제를 걸고 넘어지면서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구사할 보복카드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도 중국의 보복카드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미중 무역협상의 전격 중단 가능성이 1순위로 거론된다. 탄핵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미 의회 관문을 뚫고 내년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선 자신의 정치적 자산인 경제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부쪽 중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에 힘을 쏟으려는 이유다. 중국 입장에선 홍콩인권법안 서명에 대한 반격 카드로 무역협상을 늦춰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좁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 역시 홍콩 구의원선거 참패에 따른 충격으로 체제 불안과 리더십 타격에 몰려 있어 무역협상을 순조롭게 마무리해야 하는 처지다.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타결을 홍콩문제와 엮어 보복 카드르 쓰기엔 여로모로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밖에 중국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의 보복 카드 가운데 국가 안보 침해를 이유로 한 미국 단체나 개인에 대한 제재를 예상하기도 했다.
중국 경제 전문가 량하이밍은 글로벌 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은 내정에 간섭한 미국 의원에 대해 입국을 제한하거나 미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식으로 보복을 가할 수 있다"며 "또는 국제 이슈에서 미국과 협력하지 않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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