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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시한' 다가오는데…北 잇단 무력시위에 북미협상 향배는

'연말 시한' 다가오는데…北 잇단 무력시위에 북미협상 향배는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나혜윤 기자 = 북한이 해안포 발사 5일만에 추가적인 도발을 강행, 연말로 설정한 비핵화 시한이 다가오자 한미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비핵화 협상 시한이 한달 앞으로 임박해온 가운데 한미연합훈련까지 연기하고 북한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던 미국도 난감해지면서 향후 북미협상의 향배에 촉각이 세워진다.

북한은 전날(28일) 오후 4시59분 함경남도 연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9일 전날 발사한 발사체에 대해 '초대형 방사포 연발시험사격'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해당 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초대형 방사포의 전투 적용성을 최종검토하기 위한데 목적을 두고 진행된 이번 연발 시험 사격을 통해 무기체계의 군사 기술적 우월성과 믿음성이 확고히 보장된다는 것을 확증했다"고 밝히면서 김 위원장도 사격 결과에 대해 대만족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지난 23일 서해 접경지역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을 실시하면서 9·19 남북군사합의를 깬 지 5일만의 일이다. 국방부가 합의 위반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항의문을 보낸 데 대해 사실상 도발로 답한 셈이다.

여기에다 이번 발사 시점이 미국의 추수감사절 새벽 시간에 이뤄진 점을 볼 때 교착 상태에 놓인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대미 압박용으로도 풀이된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주요 휴일에 미사일 시험을 해 온 사례가 있다.

일각에선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북한의 무력시위 수위도 점차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 위협은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협상 재개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군사적 도발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며 최대 압박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는 탄핵정국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압박이 되는데다 북한에 대한 미국 내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면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북미는 지난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 이후 좀처럼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연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북미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과 관련, 이번 발사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기대감을 접고 새로운 길을 향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보도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대만족했다'는 표현이 있지만 성공이란 단어도 없고 김 위원장의 발언도 직접 인용되지 않았다. 과거처럼 얼싸안고 좋아라하는 사진도 없다"며 "이를 여전히 북미대화를 위해 수위조절을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오히려 엄중한 상황에서의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고 신중함처럼 느껴진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과거와 달리 북한의 보도행태도 많이 달라지는 듯한데, 이런 변화와도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며 "과거와 다른 건조한 북한의 보도를 보며 북미협상에 대한 기대를 접고 새로운 길로 대외정책 방향을 설정한 상황에서 긴장감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