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중국, 美 홍콩인권법 서명에도 무역협상 이어간다

양국 정상 정치 이해관계 고려
1단계 합의 연내 마무리할 듯
지재권 등 핵심사안은 연기 조짐
추수감사절 직후 합의 발표 가능성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미중 무역협상이 홍콩 문제와 별개의 논의로 추진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 서명을 계기로 무역협상도 무산될 우려가 제기돼왔다. 그러나 양국 정상 모두 무역협상 타결을 통한 자국내 지지확보가 절실하다는 공통이익에 따라 무역협상과 홍콩문제를 분리 대응할 움직임이다. 다만 정치적 계산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미중협상 1단계 합의 수위는 기대 이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무역협상·홍콩 분리대응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중국 정부는 크게 반발했지만, 무역협상이 틀어질 것이라는 신호는 매우 적다"고 전했다. 루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은 홍콩 문제와 미국과의 무역분쟁을 별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의 중국 정부 고문도 "미국 측의 행보는 홍콩 사태에 위협을 줄 수 있지만,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반중국 시위대를 지지하는 법안에 서명하는 것을 불평하고 있으면서도 미국과의 무역 협상의 문은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지도부는 여전히 중국 경제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협상을 원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재선에 도움이 되는 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는 양국이 무역협상을 통해 얻을 이익이 홍콩 갈등보다 크기 때문이다.

중국 지도부는 홍콩 갈등으로 무역협상을 포기하는 것보다 체제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무역협상에 매진하는 게 더욱 절실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재선을 위해 조속히 1단계 무역협상을 타결하기를 원한다. 이와 관련, 미중 무역협상에 관여하는 백악관의 최고위 관리는 "미국과 중국의 이견은 수㎜에 불과하다"며 "합의가 거의 이뤄져 빠르면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난 직후 무역합의를 발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SCMP가 전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인권법 서명 당시 중국측에 보인 유화적 제스처도 무역협상 타결의 여지를 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 서명식에서 외교에 대한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을 강조함으로써 이 법이 실제 실행되지 않을 여지를 남겨 뒀다는 것이다.

■1단계 합의 체면치레 수준

따라서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결과는 형식적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뒤따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홍콩 구의원 선거 참패로 정치적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데다 경제침체까지 겹칠 경우 체제 불안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탄핵위기 속에서 재선을 위해 경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하는 처지다. 양국 정상이 자국내 정치적 이해타산을 고려해 어떤 식으로든 1단계 무역협상을 무리없이 마무리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협상 타결의 내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진커위 영국 런던정경대(LSE)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경제방송 CNBC에서 1단계 합의는 양국이 그동안 일부 진전을 이뤘다고 말할 수 있게 해주는 '체면치레용' 합의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1단계 협상에서는 애초부터 해결이 가능한 사안을 다뤘으며, 더 어렵고 협상이 불가능한 사안은 뒤로 밀리거나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1단계 협상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량과 미국의 추가관세 유예 수준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나머지 중국의 산업보조금 지급과 기술탈취, 지작권, 전격적인 시장개방 등 핵심 쟁점사안은 2, 3단계 협상으로 미뤄진다. 문제는 1단계 협상이 연내 마무리되더라도 2단계 협상부터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jjack3@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