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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공모형 신탁 판매 허용' 은행권 건의 거부

금융당국, '공모형 신탁 판매 허용' 은행권 건의 거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9.11.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 박주평 기자 = 금융당국이 '공모 상품을 담은 신탁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팔게 해달라'는 은행권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대책을 발표하면서 최대 원금손실이 20~30%를 넘는 사모펀드와 신탁을 은행에서 판매하지 못하게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2일 "공모 상품을 담은 신탁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은행권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공모형 증권을 담았다고 해서 신탁이 공모상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신탁을 판매하는 방식이 사모펀드와 유사해 투자자 보호 규제가 필요하다는 당국 의견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신탁이란 은행이 고객(위탁자)이 맡긴 금전 또는 금전외재산(유가증권, 부동산 등)의 재산권을 위탁자가 지정한 수익자를 위해 운용·관리하는 제도다. 금전신탁의 경우 은행은 고객이 지시한 대로만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특정금전신탁).

하지만 금융당국은 신탁이 사실상 은행이 권하는 포트폴리오대로 운용되고 있고, 은행과 위탁자의 1대1 계약임에도 유사한 형태의 포트폴리오를 다수에게 적용하고 있어 사모펀드와 같이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공모 상품을 담은 신탁을 '공모형 신탁'으로 봐 판매를 허용한다면, 공모 상품으로 구성된 사모펀드 역시 은행 판매를 허용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이런 대응은 이미 예고되기도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나 "은행이 잘못해서 은행에 (고난도 신탁판매를) 하지 말라는데, 은행이 갑자기 DLF 피해자처럼 나타났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신탁은 다 죽었다' 협박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엊그제까지 '잘못했다'고 빌었던 사람들이 맞나 싶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42조9000억원에 달하는 은행 신탁 시장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원금손실 위험을 고려해 채권 등 안전상품 위주로 신탁상품을 설계하면 고수익을 추구하는 자산가로선 매력이 떨어져 관련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모형 주가지수연계증권(ELS)를 담은 ELT(주가지수연계신탁), DLS(파생결합증권)를 담은 DLT(파생결합증권신탁) 등도 최대 원금손실이 20~30%를 넘지 않게 설계해야만 판매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