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사 모습.
【파이낸셜뉴스 부산】부산시가 기존 대규모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소규모 시설 및 개별 맞춤지원으로 선회하는 새로운 장애인 복지정책을 내놨다.
시는 4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청 1층 로비에서 ‘장애인 탈시설 자립지원 5개년 계획 선포식’을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계획을 발표했다.장애인 탈시설 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장애인 복지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자리라고 시는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오거돈 부산시장, 이성숙 시의회 부의장, 최영하 시의원, 두창용 시 장애인 총연합회, 노경수 자립센터 연합회장, 김철희 자립센터 협의회장, 한우섭 거주시설 협회장, 유동철 복지개발원장 등 비롯해 100여 명의 시민과 지역 장애인이 참석했다.
이날 선포식은 발달장애인 7명으로 구성된 '우당탕'의 난타 공연과 장애인과 비장애인 20명으로 구성된 '더 날개'의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시작됐다.이어 자립생활센터 체험을 통해 탈시설에 성공한 김경하(50·지적장애 3급) 씨가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그는 자신을 13살일 때 시설에 들어가 지난 2017년에 자립생활센터 체험을 통해 시설 밖으로 나왔다고 소개했다. 김 씨는 “저는 이제 친구들과 함께 교회도 가고 컴퓨터를 배우러 다닌다. 시민공원에도 놀러 갈 수 있다. 요리교실에서 단호박 샐러드도 배웠다. 나는 행복하고 기분이 좋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했다.
오 시장은 선포에 앞서 “지난 반세기 장애인 복지시설은 대규모로 진행되어 왔다. 대규모 시설이 좋은 평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장애인 개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늘 지적받아 왔다”면서 “편의와 효율이라는 이유로 장애인을 정리하는 벽이 되어왔다. 이제 그 벽을 조심스럽게 허물 때가 왔다”라고 말을 꺼냈다.
시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예산 64억 원을 투입해 거주시설 장애인 300명을 대상으로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돕는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시는 지난 3월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격차 없는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장애인복지 전문가와 교수, 장애인단체, 탈시설 장애인 당사자를 비롯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 등과 함께 ‘‘장애인 탈시설 자립지원 만관협의체’와 ‘워킹그룹’을 구성·운영하면서 계획을 수립했다.
▲ 행사 모습.
계획은 총 3단계 10개 중점 과제로, 1단계는 탈시설을 희망하는 장애인 300명에 대한 장애인 탈시설 자립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그 중심에는 ‘주거전환지원센터’가 있다. 센터는 이번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또 자립형 체험홈을 매년 10개소씩 확충해 총 50개소로 늘린다. 체험홈은 그룹을 이뤄 자립을 체험하고 훈련하는 공간이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물론 이 숫자가 거주 시설에 비해 결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 실질적인 관점에서 고민하겠다”라고 덧붙였다.
2단계는 본격적으로 거주시설을 소규모로 전환하는 시범 사업을 벌인다. 주거 매니저가 참여해 모형을 개발하고 단계적으로 인원을 확대해나간다. 2024년인 3단계는 재가 중증장애인 700여 명을 대상으로 자립생활 현황 조사에 들어가 사회서비스를 통합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 부의장은 “시의 발표를 듣고 깜작 놀랐다. 이번 계획은 매우 꼼꼼하고 섬세하게 장애인의 일상 한 부분을 잘 살피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시가 의지가 없으면 시의회에서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그 벽을 넘어서 일상에서 함께 시작하는 첫 발걸음이 바로 오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격려했다.
끝으로 오 시장은 “다름을 존중하고 일상을 공유하며 풍요로운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이 어울리며 행복하게 잘 살자. 혼자만 잘 사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시민 여러분이 마음을 모아 우리 다 같이 잘 살자”라고 당부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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