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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아베, 시진핑 국빈방문 추진에 자민당 내에서 "재고하라" 시끌시끌

홍콩문제 등 중국의 반인권적 태도 문제삼아 
나루히토 일왕과 만나게 하는 게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나"
아베 총리, 그럼에도 시진핑 방일에 공들여
일본 외교공간 확보 위해  
정상외교 강화, 인권문제 부각...두 마리 토끼 잡기  
 

日아베, 시진핑 국빈방문 추진에 자민당 내에서 "재고하라" 시끌시끌
지난 6월 오사카에서 열린 G20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 시작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자민당 내에서 내년 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방일 초청 건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방일 성사에 적지않게 공 들이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일견 결이 다른 주장이다. 주로 자민당 내에서도 우파 정치인에게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들의 요지는 홍콩 문제와 중국 정부의 일본 교수 구금 사태로 대변되는 반인권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시 주석을 최대 예우로 대접해가며, 나루히토 일왕과 마주하게 하는 게 과연 그림이 되느냐는 것이다.

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날 열린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서 최근까지 외무성 부대신을 지낸 사토 마사히사 참의원이 시 주석의 국빈방문 건을 놓고 "왜 천황폐하(일왕)가 전면에 나서는 '국빈'인지에 대해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홍콩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는데다 중국 관공선이 때때로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출몰하는 상황에서 외국 정상에 대한 최고 예우인 국빈대접이 타당하느냐는 것이다. 같은 날 자민당 외교부회(위원회) 등의 합동 회의에서도 "국민이 납득하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빈방문 일정엔 나루히토 일왕과의 궁중만찬이 포함돼 있다.

사토 의원은 국빈방문 재고 이유로 "홍콩 정세에 대한 근본적 책임은 중국 정부와 집권당에 있는 것이 명백하다"는 일본 공산당의 성명을 읊으며, "당파를 초월해 공유할 부분이 많다"고도 주장했다. 자민당 의원들이 시 주석의 방일을 문제 삼는 배경엔 중국 내 일본인 구속 사안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에선 2015년 이후 일본인 14명이 국가기밀을 훔치는 등 중국 안전에 위해를 가한 혐의로 구속돼 이 중 9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日아베, 시진핑 국빈방문 추진에 자민당 내에서 "재고하라" 시끌시끌
지난 달 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국 왕이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있다. AP뉴시스
자민당 내부의 잡음에도 당 지도부는 시주석의 국빈방문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포스트 아베' 후보군인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은 "중요 인사의 왕래로 중국과의 관계를 컨트롤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도 "(시진핑 주석을) 국빈대우로 초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국 정책에 대한 자민당 내 엇갈리는 목소리는 아베 정권의 대중국 정책과 흡사하다는 분석도 있다. 아베 정권은 시주석의 방일 성사를 위해 중국 정부에 적극 '러브콜'을 보내면서도, 홍콩사태 등 인권문제에 있어선 국제사회를 향해 중국에 '할 말은 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25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일본을 찾았을 때, 아베 총리는 물론이고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시 주석의 국빈방문을 적극 요청하는 한편, 홍콩문제와 신장위루르 자치구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피력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일본 외교의 '공간'을 확보하고, 경제분야에서 중·일간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계산 하에 중·일 정상간 셔틀외교 구축과 인권문제를 동시에 취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 잡음을 뒤로 하고, 아베 총리는 오는 23~25일 중국을 방문, 쓰촨성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베이징으로 날아가 시주석의 방일 문제를 매듭지을 작정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