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범죄 처벌법 '대변'으로 한정
경찰 "벌금 취소 처분" 입장에도
SNS선 '소변 위법' 놓고 논란
#. 웰시코기와 베들링턴테리어를 기르는 견주 지모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반려견이 산책하던 중 한 카페가 조성해둔 잔디와 인도 사이에서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경범죄가 적용돼 벌금 5만원을 내라는 처벌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씨는 "경범죄처벌법에 제 3조 12항에 따르면 '대변'을 보고 치우지 않을 경우 법적용이 가능하다"며 "법률상 위법에 해당되지 않는데 처벌받아 억울하다. 고소 불사하겠다"며 청와대 청원글까지 게재했다. 4일 오후 3시 기준 해당 청원글은 2740여명이 동의했다.
■경범죄·동물보호법 위반 적용안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반려견의 산책 중 소변이 위법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법상 견주들은 반려견과 산책을 할 경우 목줄 착용과 함께 반려견의 배변을 처리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벌금을 물어야 한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일대를 산책하던 지씨의 반려견 웰시코기 '제리'와 베들링턴테리어 '톰'이 인도에 소변을 봤다. 이를 본 인근 카페 주인 A씨는 "카페가 조성해둔 인조잔디에 개가 소변을 봤으니 물로 청소하라"며 항의했다.
동물보호법 제 13조 '등록대상동물의 관리 등'은 소유자 등은 등록대상동물을 동반하고 외출 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하며, 배설물(소변의 경우 공동주택의 엘리베이터·계단 등 건물 내부의 공용공간 및 평상·의자 등 사람이 눕거나 앉을 수 있는 기구 위의 것으로 한정한다)이 생겼을 때 이를 즉시 수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씨는 "당시 제 반려견은 마킹을 하는 수준으로 적은 양의 소변을 봤다"며 "사유지가 아닌 외부 인도였음에도 카페 주인은 관할 경찰서에 저를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 "벌금 취소 처분 예정"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찾은 지씨는 자신의 행위가 경범죄처벌법을 비롯해 동물보호법에도 적용되지 않는 사안임에도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경찰 관계자의 태도에 화가 났다고 전했다.
그는 "조사 당시 경찰관께서 법은 해석하기 나름이라며 벌금이 얼마하지 않으니 그냥 내고 끝내자는 식으로 말씀하셨다"며 "벌금 5만원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법을 적용한다면 앞으로 수많은 반려인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억울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조희경 동물자유연대대표는 "반려견의 소변도 동물보호법에 따라 수거해야 하는 장소 기준이 적용 되는데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소변을 본 것이라면 이는 과태료법 적용이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경범죄 처벌법에 '대변'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소변에 대해 조항을 적용한 부분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벌금 통고는 취소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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