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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도시 간 노동국제기구 출범… '도시노동모델' 만든다

'좋은 일자리 도시협의체' 창립
국내외 36개 도시 참여
노동자 권익보호 상호협력

세계 첫 도시 간 노동국제기구 출범… '도시노동모델' 만든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일곱번째)이 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좋은 일자리 도시협의체(DWCN, Decent Work City Network)' 구성원들과 함께 출범 세레모니를 진행한 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미국 샌안토니오 도시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겅강을 위해 질병이나 부상뿐만 아니라 가정폭력, 성폭력에도 유급병가를 허용했다. 이 도시는 이를 계기로 다른 30개 미국 도시들과 유급휴가 조례 제도를 통과시켜 공공보건의 질적 개선을 주도했다.

세계 최초의 노동분야 도시 간 국제기구인 '좋은 일자리 도시협의체'가 서울에서 첫발을 내딛었다. 중앙정부 차원이 아닌 도시 36곳이 함께 주민들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손을 잡았다. 올 12월 협의체 사무국을 만들고 '도시노동모델' 개발에도 나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좋은 일자리 도시협의체(DWCN, Decent Work City Network) 창립 총회'에 참석해 "오늘은 노동존중을 위한 도시들의 가치와 철학, 실천을 위한 DWCN 창립을 알리는 정말 뜻 깊은 날"이라며 "DWCN은 세계 최초의 노동분야 도시 간 국제기구"라고 밝혔다.

■ILO, 도시간 국제노동기구 창립 지지

DWCN 창립 총회는 3~4일 양일간 진행된 '2019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의 마지막 순서로 진행됐다. 지난해 16개 도시가 협의체를 만들어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고 올해 이 자리에 30개 도시 대표자가 참석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도시 6곳을 더하면 총 36개 도시가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뜻을 모았다. △부다페스트 △방콕 △광주광역시 △리스본 △로스앤젤레스 △파리 △뉴욕 등이다.

참여 도시들의 결의를 다지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서울을 방문한 각 대표자들이 각 도시들의 랜드마크 모양을 한 회색빛 조형물에 노동 존중의 염원을 담은 물을 함께 부어 푸른빛으로 탈바꿈시켰다. 국제노동기구(ILO) 아태사무소의 토모코 니시모토 소장도 축사를 통해 DWCN의 첫 출발에 지지를 보냈다.

DWCN는 2017년 박원순 시장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처음 개최됐던 '2017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에서 박 시장은 가이 라이더 ILO사무총장에게 '좋은 일자리 도시협의체' 구성을 제안했고 이 내용을 담은 서울 선언을 ILO와 함께 발표했던 것이 올해 결실을 맺었다.

DWCN의 목표는 ILO의 좋은 일자리 요건인 △고용 △일터에서의 권리 △사회적 보호 △사회적 대화 등을 반영한 '도시노동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올해 12월에는 협의체 사무국도 개소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ILO 아태사무소와 업무협약을 맺고 각 도시들의 좋은 일자리 실현과 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한 상호협력과 지원, 공동연구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급병가제도, 공공보건 향상 기여"

DWCN 창립총회에 앞서 '2019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의 오전 세션으로 진행된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 실현'에서는 호놀룰루, 샌안토니오, 피츠버그 등 5개 도시가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추진 중인 정책을 소개했다. 샌안토니오의 콜린 브리저 부시장은 샌안토니오의 유급병가 제도를 소개했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유급병가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각 도시별 조례를 통해 유급병가제도를 시행 중이다. 샌안토니오는 그 중 대표적인 주다.

콜린 브리저 부시장은 "2018년 8월에 다른 30개 도시와 함께 유급휴가 조례를 통과시켰다"며 샌안토니오의 유급병가 정책의 특징으로 가정폭력·성폭력에 대한 적용을 꼽았다. 그는 "질병이나 부상뿐만 아니라 가정폭력, 성폭력에도 유급병가를 허용했다"며 "병원뿐 아니라 근로자들이 이와 관련해 보호신청을 하기 위해 법원을 가거나 이사를 가는 데에도 유급병가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샌안토니오에 이어 유급병가 제도를 소개한 피츠버그의 샘 윌리엄슨 도시재개발청장은 유급병가와 공중보건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윌리엄슨 청장은 "요식업계 종사자 5명 중 1명은 구토·설사 증상이 있어도 출근해 음식 서빙을 했다고 답했고 2009년 돼지독감이 발병했는데 유급병가가 없어서 500만명이 추가 감염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피츠버그가 유급병가 조례 캠페인을 시작한 배경"이라고 밝혔다.

■리스본, 근로자 수면관리해야

리스본의 크리스티나 피노 건강보건안전국장은 근로자들의 정신보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수면상담 서비스를 선보였다.
피노 국장은 "운전자, 교대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수면프로그램을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며 "수면장애는 업무장애로, 업무장애는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중요한 이슈"라고 강조했다.

박원순 시장은 "도시 간 정책 공유를 넘어 긴밀한 협력과 유대로 전 세계 노동자가 체감할 수 있는 도시노동모델을 개발·확산하는 것이 DWCN의 역할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좋은 일자리 도시 서울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전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